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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Sep 05. 2024

02. 팀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그랬구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매번 자주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서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팀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올해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바쁜 한 해였어요. 멋진 일들이 세 가지나 있었거든요. 첫 번째로 3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드디어 마무리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저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아마존 전체 택스팀을 담당하는 임원이 “아마존에서 15년 동안 경험한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탑 5에 든다”고 평가할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총 책임자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 팀의 역할이 크게 확장되었다는 것입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 제품을 담당하고 개발자 2-3명과 일하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5명, 마케팅 매니저, 그리고 제 제품을 위해 일하는 개발자들이 30명이 넘습니다. 팀의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지만, 중요한 제품들을 연달아 맡게 되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이번 달에 아빠가 된다는 것입니다. 혼자 살며 김치찌개 끓여 먹고 글 쓰는 게 일상이던 제가 이제는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갖게 되었네요. 다음 주에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와이프가 출산하고 나면 저도 육아휴직을 내고 연말까지는 육아에만 올인할 계획입니다. 고생한 와이프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선택할 결정인데 이 과정에서 느낀 것들도 나중에 글로 한번 정리해볼게요.



자, 이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팀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팀원들이 내 예상대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팀장이 되기 전에는, 당연히 팀원들이 내 기준에 맞춰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내가 보고서에서 기대하는 수준과 팀원이 생각하는 수준에 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나는 팀원의 성과에 실망하게 되고, 결국엔 내가 모든 일을 떠안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팀장이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팀장은 팀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가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팀장으로서의 첫 번째 역할은, 그 팀원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작업의 기대 수준을 명확히 전달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피드백 세션을 통해 팀원에게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팀원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다음번에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훌륭했지만, 다음 번엔 이러이러한 자료를 추가해 보면 더 좋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죠. 제가 예전에도 자주 언급했던 것 같은데 피드백을 줄 때는 팩트를 위주로 감정을 빼야 합니다.


또한, 팀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팀원들은 성장하고, 팀 전체의 퍼포먼스가 올라갑니다. 기억하세요, 팀장의 진정한 역할은 팀원들이 스스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2. 팀원 다섯 명이 있다고 해서 다섯 배의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팀장이 되기 전, 팀원 5명이면 5배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더군요. 팀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성과가 곧바로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팀의 역량이 하나로 모아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팀원이 합류하면 그들이 팀의 문화와 업무 방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어요. 또한, 각 팀원은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동일한 속도로, 동일한 성과를 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팀원은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 곧바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다른 팀원은 서포트가 더 많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 팀원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 팀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추가적인 교육이나 멘토링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팀의 성과가 당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긴 호흡으로 팀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팀 전체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팀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팀원들이 에이스로 성장하면 5명이서 10인분도 해내는 경우도 보게 될 것 입니다.



3. 생각보다 외로워진다

팀장이 되기 전에는 그저 편하게 지내던 동료들과의 관계가 팀장이 된 이후엔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친구처럼 지냈던 동료가 이제는 내가 관리해야 하는 팀원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로 인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게 되는 순간이 생기더군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점심시간에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던 친구가, 이제는 나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팀장으로서의 자리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물론, 저는 여전히 팀원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미묘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팀원들과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해서, 그들과의 소통을 멀리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더 자주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팀원들이 나를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존중받는 리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정말 시시콜콜한 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또 관심을 갖고 각 팀원들에 문화에 대해서 물어보고는 합니다 (이렇게 적으니 뭔가 꼰대 같은 질문들을 할 것 같은데 그들이 관심갖는 분야에 대해서 많이 물어봐서 오히려 제가 말을 거의 못 합니다. 다 수다쟁이들…) 그리고 팀장으로서 느끼는 외로움은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더 단단해지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4. 모든 팀원을 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는 없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모든 팀원을 똑같이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팀원들은 각기 다른 성격, 강점,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원은 독립적으로 일을 잘 처리하는 반면, 다른 팀원은 세심한 지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멘탈관리라고 하죠).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팀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는 책임감 있고 능숙한 팀원에게 맡기고, 조금 더 서포트가 필요한 팀원에게는 그에 맞는 업무를 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팀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되, 그들의 성향에 맞게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팀원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팀장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5. 팀원들의 속마음을 예상보다 쉽게 알 수 있다

팀장이 되고 나서 알게 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팀원들의 속마음이나 의도를 예상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팀원들이 가끔씩 내놓는 변명이나 귀여운 거짓말도 생각보다 쉽게 눈에 보이더군요. 그리고 이걸 보면서 예전에 내 팀장들도 나의 속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있었을까 싶었죠.


예를 들어, 팀원이 “어떤 이유로 이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 했어요”라고 말할 때, 진짜 그 이유가 타당한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느낌이 와요. 이런 순간에는 팀장으로서 그들의 실수를 따지고 들기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중요한 일에서는 예외지만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팀장으로서의 신뢰와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팀원들이 나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고, 열린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팀원들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팀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다섯 가지 중요한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팀장으로서의 역할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외로움과 도전이 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앞으로 팀장이 되실 분들이나 이미 팀장으로 일하고 계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완벽을 기대하기보다는 팀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데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팀원들이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서로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팀장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 모든 것을 경험하시면서, 팀과 함께 성장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때때로 외롭고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이 팀장으로서의 여정의 일부임을 기억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에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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