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9일째
아침으로 먹었던 시나몬 롤과 커피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개에게 관심 얻고 싶어서 쯧쯧소리내면서 사진 찍고자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렇게나 가고 싶던 알토 하우스를 핀란드 여행 9일 차에야 방문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이 나무 계단에서 굴렀다.
조심히 걷는다고 걸었는데 한 층을 통째로 엉덩이를 찧어가며 내려왔다.
다행인 건 사고 이전에 나무계단을 찍었던 것이고 이후에 가족들에게 카톡으로 여기서 한바탕 굴렀다고 메시지도 보내서 사고가 일어난 증거 채집을 많이 했더니 여행자 보험 청구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토 하우스는 아픔뿐만 아니라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지표를 주었다. 알토의 디자인이 너무나도 내 취향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내 집을 갖게 될 때 알토의 디자인을 참조하고 집 내부를 꾸며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꾸게 만들어 주었다.
넘어진 이후 아픔보다 창피함이 압도적으로 큰 지라 아픈지도 모른 채 미술관에 들렸다.
헬싱키 길거리가 미술관같이 영감을 주는 곳이라 그런지 막상 미술관에는 그저 감흥 없이 관람했다.
알토 하우스에 미술관을 들려도 해가 지지 않아 길거리를 더 돌아다녔다.
3호선 전철 안에서 보던 영화 속 장소가 눈 앞에 놓여있다.
숙소 앞 루프탑에 들려 무알콜 맥주와 함께 월광을 감상했다.
바다에 달이 뜨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해변에 가서 좀 더 감상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헬싱키의 야경은 다른 도시들처럼 빛나지 않는다. 그들은 야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