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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Feb 04.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1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10+5주, 203, (좌)호시 / (우)탐탐,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야옹이와 함께하는 삶'을 제법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다. 결정을 내리고 맨 먼저 한 일은 관련 서적을 몇 권 정독하는 일이었다. 관계를 시작하면 나와 다른 생명체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얻어듣거나 주워들은 정보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획득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생물학적 습성을 시작으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 질병, 언어를 나름대로 공부하면서 막연했던 마음 위에 어떻게 묘연을 맺을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갔다.


'야옹이와 함께하는 삶'을 공부하면서 집사(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정서적인 온전함'이었다. 그런 까닭에 가정 분양을 결심하고 세부적으로 부모・형제자매와 함께 살며, 지금 당장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의 핸들링 과정을 포함해 10~12주 정도 사회화과정을 거치기를 원했다. 집사(진)의 이런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는 고양이 가정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경기도 오산에서 집사님 한 분을 만났다.


사실 처음에 묘연을 맺으려는 야옹이는 '탐탐'이었다. 그런데 대구에서 오산으로 탐탐이를 데리러 간 날 일이 터졌다. 함께 있던 '호시'를 보고 집사(진)는 말문이 막히고,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꼈는데 


"그럼 두 마리 모두 데려가세요."


오산 집사님의 한마디 말에 뭔가에 홀린 듯이 두 야옹이와 묘연을 맺게 됐고 집사(진)에서 마침내 집사로 진급했다.


오산에서 대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장님과 나(도비 집사 or 부하 집사)는 야옹이들의 이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결심대로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 야옹이를 데려가게 된 덕분에 당시를 회상하면 '톰과 제리', '용호상박', '야당 여당', '이판사판' 같은 이름들이 나왔었다. 그러던 차에 '호시탐탐'이라는 이름을 불렀고 별다른 이의 없이 두 야옹이의 이름은 호시와 탐탐이가 됐다.


먼 길을 차로 이동하면서 야옹이들이 혹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무탈하게 대구로 전입신고를 마쳤고 야옹이와 함께하는 삶'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시작됐다.




<10+1주, 203, (좌)김호시 / (우)고탐탐, 빠른 적응 완료>



사진 캡션 정보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맨 처음 '10'은 야옹이들이 오산에서 부모・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던 기간이고 뒤에 '+된 숫자'는 집사와 대구에서 함께한 시간이다. 약 5년간 한 번의 이사를 했고 예전 집은 '203', 지금 사는 집은 '302'이다.


5남매 가운데 셋째인 '탐탐'이와 넷째인 '호시'는 충분한 핸들링 기간과 사회화 과정을 거친 덕에 바뀐 환경에서도 잘 적응했다. 하루 1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받으며 집사의 침대를 점차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외모에 어울리는 이름을 각각 주었으므로 이름마다 어울리는 성도 지어주고 싶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찐 자매 고양이긴 하지만 족보나 뿌리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이름 앞에 어울리는 성이기를 바랐다. 고민 끝에 호시에게는 '김'가 성을, 탐탐이에게는 '고'가 성을 주었다.




<10+2주, 203, (좌)호시 / (우)탐탐, "그래. 집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럴 때도 있었지.">



글감을 찾으려고 과거의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간절하고 애절한 눈빛'으로 집사를 바라보는 진귀한 광경을 만나고는 혼자 웃는다. 모든 집사님들도 잘 알다시피 야옹이의 어린 시절은 정말이지 아차 하는 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까닭에 이제는 사진으로만 보는 장면이지만, 그 덕에 과거에 있던 기억을 순식간에 지금 여기로 불러온다.




<10+216주, 302, "그런데 지금은...?">



5년이 지난 봄날에도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단지 야옹이들이 집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작은 사물, 집사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묻어있던 호기심에서, 집사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뻔뻔함당당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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