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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Feb 05.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2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10+11주, 203, (픽션)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언제부터였을까? 호시와 탐탐이는 서로서로 깨어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호시가 눈을 떴을 때 탐탐이는 늘 잠을 자고 있었고, 탐탐이가 눈을 떴을 때도 호시는 늘 잠을 자고 있었다.


오산에서 대구로 전입신고를 하고 본격적인 적응 기간을 마친 호시탐탐. 집사의 염려와는 달리 빠른 적응을 마치고 이 집에는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천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기의 고양이는 15~20시간 정도 잠은 잔다고 한다. 이 중 4분의 1은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손으로 만져도 반응이 없는 '깊은 잠' 상태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선잠' 혹은 '졸음' 상태라는데 호시와 탐탐이는 잠을 자도 너무 자는 편이었다. 대략 수면시간의 절반이 '떡실신' 상태였는데, 오죽하면 밥 먹을 때와 잠깐 놀아주는 시간 빼고는 둘이 함께 깨어 있는 상태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지금 생각하면 초보 집사의 지나친 걱정이란 걸 알지만 당시만 해도 야옹이들이 '잠병'에 걸린 건 아닐까 봐 혼자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10+11주, 203, (픽션)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10+11주, 203, (픽션) 고양탐정 김호시 / 명탐정 탐이, 너넨 둘 다 잠보>



질 좋은 먹거리와 깨끗한 식수,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하는 것을 세 가지 목표로 삼아 집사의 의무를 다하고, 잠깐씩 짬을 내 집사가 아닌 '나'의 재미를 추구해 본다. 아주 먼 옛날에 봤던 <소년탐정 김전일>과 보다 좀 덜 옛날에 봤던 <명탐정 코난> 만화책 표지도 패러디해 보고, 사실 야옹이들이 잘 때 사진도 많이 찍었다. 요즘에야 많이 나아졌지만, 처음부터 카메라에 익숙했던 호시와는 달리 탐이는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낯을 가리는 야옹이였다.


 


<10+1주, 203, (좌) 탐탐 / (우) 호시, Synchronized Sleeping>
<10+8주, 203, (좌) 호시 / (우) 탐탐, Synchronized Sleeping>
<10+16주, 203, (좌) 호시 / (우) 탐탐, Synchronized Sleeping>



'수면 동기화(Synchronized Sleeping)'라고 하면 번역이 맞을지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던 픽션인 듯 픽션 아닌 픽션 같은 잠에 관한 이야기는 수면 동기화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찐 자매 고양이라서 둘이 통하는 게 있는 걸까? 둘이 함께 붙어 잠을 자면 제각각이던 수면 자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해진다. 이제는 나이가 차서 각각 장소 취향이 확고해지고 좋아하는 수면 장소가 서로 달라졌지만, 이즈음에는 늘 둘이 같이 붙어 다니던 터라 수면 동기화(Synchronized Sleeping) 장면을 꽤 자주 마주했다.


한날한시에 태어나 5년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호시와 탐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싱크로나이즈드 슬리핑 정도는 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




<10+65주, 203, "응? 맞다. 지금 낮잠 시간이지?">



나는 야옹이들의 수면 자세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야옹이들의 처지에서 수면 만족 상태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수면 자세와 야옹이들의 행복에 관해 생각한다. 지금 지내고 있는 환경에 만족하고 있는지, 몸 상태는 어떤지, 집사나 다른 야옹이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은 없는지가 야옹이들의 수면 자세에 고스란히 새겨지는 게 아닐까?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언젠가 한 번 더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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