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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Feb 13.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6

호시, 탐탐, 관계

<10+50주, 203, "언제까지 꼬리춤을 추게 할 거야?">



(픽션) 멋진 너구리 꼬리를 가진 야옹이 김호시는 중요 야옹 문화재 제7호 꼬리춤 예능보유묘(猫)이다. 꼬리만 보면 야옹인지 너구린지 도무지 알기가 힘들다. 어찌나 꼬리를 잘 놀리는지 넋을 놓고 보다 보면 집사의 혼을 쏙 빼놓아 버린다.




<10+30주, 203, (연작) Cat Stand-Ups - 꼬리춤바람>



중요 야옹 문화재 꼬리춤 예능보유묘(猫)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아깽이 시절을 지나 캣초딩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호시는 자는 시간마저 쪼개가며 꼬리춤 연습에 힘을 쏟았다. 특히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10+30주, 203, 연습자세 복기하기 - 고탐탐이와 함께>



꼬리춤을 추는 김호시 사진을 살피던 참이었다. 집사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는 책상 위로 올라와 집사의 손이 있을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한다. 정말로 뭘 보기는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집사를 몹시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집사의 곤란함은 또 다른 의미의 즐거움이 된다. 사진 속 야옹이들을 보고 당시에 카메라를 들었던 나의 감정과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 )


사진 프레인 안에 야옹이들이 있고, 프레임 밖에는 집사가 있다. 사진을 볼 때, 사진 프레임 안과 밖을 항상 함께 보려고 노력한다. '장면'은 프레임 안과 밖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서두에서 꺼낸 꼬리춤(픽션) 이야기는 사실 '호시'와 '탐탐'이의 관계를 다루기 위함이다. 함께 태어났고, 집사와 묘연을 맺을 때부터 지금까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이다. 친자매이자, 밥 친구, 놀이 친구, 더 나아가 베스트 프렌드이자 소울메이트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많은 집사들이 고민하는 '합사'에 관해서도 '호시탐탐'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집사 처지에서는 참 다행인 일이다. 덕분에 '합사'에 쏟아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온존해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탐탐'이만 집사와 묘연을 맺었더라면, 아마도 많은 고민과 현실적인 시행착오의 시간이 있었을 테지.




<10+6주, 203, "집사야. 밥 차리러 간다더니 왜 소식이 없냥?">



물론 반대의 경우, 가치가 낮다거나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란 하나의 세계를 여는 동시에 또 하나의 세계를 닫는 것이다. 여태껏 살면서 느끼는 부분이지만 세상에는 전부 다 좋기만 하고, 전부 다 나쁜 선택은 없으니까.


태어나면서부터 구성된 관계(자매) 덕분인지 서로의 영역 다툼 같은 개념은 확실히 희박한 느낌이다. 옆에 딱 붙어 있는 것이 특별하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24시간 붙어 지내는 건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호하는 장소에 관한 취향 차이가 드러난다. 나이가 들수록 '각자'와 '함께'의 시간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좌) 10+25주, 203, 그루밍하다 지쳐 / (우) 10+27주, 203, "간식 주냥?">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탐탐'이는 '호시'를 향한 집착이 조금 있는 편이다. 늘 호시가 있는 곳을 먼저 찾아가고, 또 호시가 하는 일은 자기도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재미있는 것은 '탐탐'이는 집사를 향한 집착은 없는 편이다. 밥때를 제외하면 집사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성향이라면, '호시'는 집사를 향한 애착은 좀 있는 편이라 집사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다.




<(좌) 10+29주, 203, 창밖 구경 / (우) 10+34주, 203, "집사 외출할 거라 창문 닫아야 하는데... - 어쩌라고?">



집사가 이야기하는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은 여러 형태의 정보로 존재하는 '추상적인 고양이'가 묘연으로 맺은 공동(共同)의 삶 속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야옹이'전이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개별적 상징이다. 고양이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이 보여주는 정보, 또 다른 고양이와 집사들의 경험은 나와 야옹이들의 처지에서는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 추상과 구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우리 삶에서 김호시의 꼬리만큼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좌) 10+208주, 302, 집사를 위한 소파는 없다 / (우) 10+245주, 302, 집사를 위한 침대는 없다>



한때는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야옹이들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집사를 맞이하는 장면을 꿈꿨다. 5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을 거실 소파 위에서 자고 있거나, 거실로 나와보기는커녕 안방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야옹이들만이 현식 속에 자리하고 있다. 꿈은 사라지고...




<10+38주, 203, "집사야. 우리는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말라옹.">



이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정서적인 온전함'이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집사의 다짐을 무사히 지켜가고 있는데, 역시나 일등 공신은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 )




<10+38주, 203, 탐탐: "호시 네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그땐 내가 깡패가 되는 거야.">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옹...




<(좌) 10+2주 / (우) 10+126주, 203, 털이 있으나 없을 때도 호시탐탐은 사랑입니다. ♥️>



집사가 짐작하는 호시와 탐탐이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인간사회에서 통용되는 관습과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100% 그 관계를 헤아리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야옹이들이 정서적이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응원하며 오늘도 집사는 야옹이들의 관계를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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