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가족들이 파리를 방문했을 때, 언니가 재래시장에서 사 왔던 무스카리(포도 히아신스)가 철도 모르고 다시 꽃을 피웠다. 재이가 아직 걷지도 못하던 시절, 그 조그만 손으로 꽃을 막 만져대길래 꽃은 살~살~ 만지는 거야 하니 어찌 알아듣고 조심스레 쓰다듬었었다. 그 후로 금세 꽃잎들이 떨어지고 대도 축 쳐져버려 분갈이를 하면서도 다신 포도 꽃잎을 볼 일이 없겠거니 여겼거늘, 의외의 시기에 다시 푸릇푸릇 대를 내밀었다. 무스카리는 키우기 쉬운 종으로 유명하다던데 식물 저승사자라는 책을 추천받았을 정도로 식물 키우기에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얼마나 기특하고 뿌듯한지. 재이는 이제 걷는 걸 넘어 거의 뛰다시피 하고, 꽃은 늦가을에 피고. 내가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동안 이 작은 생명들은 계속 애쓰고 있었구나. 괜스레 이 보라색 작은 꽃잎들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