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는 그대화를 나누던 새벽을 계속해서 곱씹고 있었다. 내게는다른 대답을 해야만 할 이유가 충분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고 만약을 바라게 되는 선택들이 있다. 늘 어떻게든 모든 선택의 좋은 면을 바라보려 노력하는데도 '그래도'를 덧붙이게 만드는 어렸던 날들이었다.어떻게 보아도 좋은 면보다 나쁜 면이 훨씬 컸던 그런 날들 말이다.
어리석은 나의 탓이 아니었는데도 아프게 기억되는 날들도 있었다. 나의 불행에 어떤 책임도 없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게 만들었던 밤들과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라며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깎아내리며 위안받던 낮들.만약 다른 인생으로 태어났다면 알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이런 못난 성격을 뼈저리게 깨닫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도 순진하게 순수할 수 있었을까. 떠올리기 싫은 시간들이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싶은 행복한 시간들로 쓰일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의미 없는 질문을 되묻게 하던 시간들은아직도 또렷했다.
많은 것들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는 매일 작아지고 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모르는 일은 투성이고 재능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뛰어나지 못한 나를 매일 발견한다. 이 일에서 성공할지는커녕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만히 흘러만 가도 계속해서 작아지는 내게 누군가는 늘 이러쿵저러쿵 첨언을 던진다. 네 인생은 아직 부족하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판단들은 참 쉽고 쿨하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되돌려 친구와 함께 잠긴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새벽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갔다. 그리고 되물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인생을 살고 싶어?다른 대답은 없어?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물어도 대답은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내 인생이 좋아. 내 인생을 살래.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할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더라도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언뜻 보기에 열정 넘치지도 않고 타고난 체력이 약해 자주 쉬어주어야 하지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느리더라도 계속하고 있는 꾸준함이 좋고, 인기가 많기는커녕 늘 새로운 곳에 가면 무리에 섞여 들어가는 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내 편이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확실하고 작은 인간관계가 좋다. 특별하지도 유행을 선도하지도 않지만 하나씩 하나씩 시도해가며 발견한 내 취향과 그 취향이 잔뜩 담긴 나만의 작은 방이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나의 어렸던 선택들도 아픈 시간들도 모두 도망가지 않고 견뎌내어 강해진 내가 좋다.
인생에서 내가 했던선택들은 평범한 듯해도 오직 나만 할 수 있었고 그 선택에 따라온 결과를 책임지기 위해 늘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나의 작은 자부심. 이 작은 자부심이 내 인생을 사랑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를 향해 던져지는 쉬운 판단의 말들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 비록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을 거라는 걸 알게 해 줬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
오랜만입니다. 어떤 감상에 빠질 겨를도 없는 바쁘고 단순한 나날들을 살다가 돌아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못 올리더라도 꼭 다시 찾아와 말할 테니 가끔 찾아와서 저랑 이야기 나눠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