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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카 Sukha Mar 21. 2021

작은 자부심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인생을 살고 싶어?


오래된 친구와 맥락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새벽,

누가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툭 튀어나온 질문에 우리는 함께 대답했다.


나는 내 인생이 좋아. 내 인생을 살래.





어느새  대화를 나누던 새벽을 계속해서 곱씹고 있다. 내게는 른 대답을 해야만 할 이유가 충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고 만약을 바라게 되는 선택들이 있. 어떻게든 모든 선택의 좋은 바라보려 노력하는도 '그래도'를 덧붙이게 만드는 어렸던 날들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좋은 면보다 나쁜 면이 훨씬 컸던 런 날들 말이다.


어리석은 나의 탓이 아니었는데도 아프게 기억되는 들도 있다. 나의 불행에 어떤 책임도 없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게 만들었던 밤들과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라며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깎아내리며 위안받던 낮들. 만약 다른 인생으로 태어났다면 알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이런 못난 성격을 뼈저리게 깨닫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도 순진하게 순수할 수 있었을까. 떠올리기 싫은 시간들이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싶은 행복한 시간들로 쓰일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의미 없는 질문을 되묻게 하던 시간들 아직도 또렷했다.



많은 것들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는 매일 작아지고 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모르는 일은 투성이고 재능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뛰어나지 못한 나를 매일 발견한다. 이 일에서 성공할지는커녕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만히 흘러만 가도 계속해서 작아지는 내게 누군가는 늘 이러쿵저러쿵 첨언을 던진다. 네 인생은 아직 부족하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 판단들은 참 쉽고 쿨하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되돌려 친구와 함께 잠긴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새벽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갔다. 그리고 되물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인생을 살고 싶어? 다른 대답은 없어?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물어도 대답은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내 인생이 좋아. 내 인생을 살래.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할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더라도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다. 뜻 보기에 열정 넘치지도 않고 타고난 체력이 약해 자주 쉬어주어야 하지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느리더라도 계속하고 있는 꾸준함이 좋고, 인기가 많기는커녕 늘 새로운 곳에 가면 무리에 섞여 들어가는 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내 편이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확실하고 작은 인간관계가 좋다. 특별하지도 유행을 선도하지도 않지만 하나씩 하나씩 시도해가며 발견한 내 취향과 그 취향이 잔뜩 담긴 나만의 작은 방이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나의 어렸던 선택들도 아픈 시간들도 모두 도망가지 않고 견뎌내어 강해진 내가 좋다.



인생에서 내가 했던 선택들은 평범한 듯해도 오직 나만 할 수 있었고 그 선택에 따라온 결과를 책임지기 위해 늘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나의 작은 자부심. 이 작은 자부심이 내 인생을 사랑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를 향해 던져지는 쉬운 판단의 말들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 비록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을 거라는 걸 알게 해 줬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을 고 싶다.







오랜만입니다. 어떤 감상에 빠질 겨를도 없는 바쁘고 단순한 나날들을 살다가 돌아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못 올리더라도 꼭 다시 찾아와 말할 테니 가끔 찾아와서 저랑 이야기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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