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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Cho Oct 27. 2018

불혹의 신입사원이 된 그녀의 사연

이직의 역사 - 2. 전화 인터뷰와 필기시험

뒤돌아 보니 당시 엉겁결에 받았던 전화는 사실 채용 심사 1단계인 전화 인터뷰였다. 그리고 당시 전화로 가장 먼저 나를 인터뷰한 사람은 알고보니 입사 후 내 직속 매니저가 될 분으로 일명 ‘홍콩 아저씨’(내가 가족 및 지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붙인 닉네임)였다.  
그 때로부터 이렇게 한참 지나 당시 경험에 대해 글을 쓰게 될 줄 알았다면 일기를 써놓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뒤늦게 든다. 당시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어떤 대답을 했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고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필기 시험때 사전을 지참해도 되는지 물어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은 게 전부다.

그로부터 약 1주일 후 필기시험을 보기위해 찾아간 B사의 서울 사무소는 정말 근사했다. 광화문에 있는 모 주간지 건물 고층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입구도 사무실 내부 모든 회의실도 다 투명한 유리로 안이 들여다 보여 실제 면적보다 넓어 보였고, 각종 열대어가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수족관(fish tank)에 편의점을 방불케하는 간식 거리와 각종 음료가 비치된 냉장고,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사무실 모습은 시험을 보기 전엔 솔직히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한 마음에 눈으로 보고도 머리에 인식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지출처: www.bloomberg.com)


입구에 계신 보안담당 직원분의 안내로 사진을 찍고 출입증을 발급받아 목에 걸고 있으니 어떤 다른 직원 분이 미팅룸으로 나를 안내해 주셨다. 내게 시험지를 건네고는 제한시간을 알려주셨다.
시험내용은 금융, 경제에 대한 용어를 설명하는 문제와 번역문제 등으로 구성되었던 것 같다. 나의 경력이나 전공이 금융, 경제와는 거리가 있어서 사실 번역보다는 용어를 설명하는 문제가 더 까다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신문 등 자료를 미리 공부하고 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필기시험을 마무리했다.
제한 시간 내에 필기시험을 마무리하고 출입증을 입구에 반납하고 사무실을 나서면서 속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이 사무실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

문득 취업. 채용. 어느 개인이 기업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많은 일들을 결과론적으로 말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지만(결과론이 아닌 뭔가 명쾌한 정답이나 이론을 공유하고 싶지만 취업에도 인생에도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취업도 사실 노력에 더하여 작용하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나 그대로인데 어디에서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지원자인 반면, 다른 어디에서는 내가 가진 장점을 장점으로 인정해줘서 유난히 맘에 드는 지원자가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직장도 인연이 닿고 나를 좋아해주는 곳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어디를 지원했다 낙방의 소식을 접하면 사실 속상하고 낙심이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절망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취업+이직 경험자로서 바램을 갖는다.
어딘 가에는 나의 장점을 장점으로 인정하고 좋아해줄 나와 인연이 있는 일터가 언젠가 곧 나타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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