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냥 흘려보내기에 아까운 정보들
직장인은 무럭무럭 자라서 퇴사를 한다.
어떤 퇴사는 또 다른 입사로 반복되다가, 그 끝은 아마도 백수 또는 소상공인이 되지 않을까. 돈이 많다면야 띵가띵가 배를 두드리면 될 테지만, 대부분의은 '퇴사 후 치킨집' 공식에 또 다른 자영업을 대입하고 있을 거다. 뭐, 나름의 페인포인트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키우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을 테고.
나는 더 커서 뭐가 될까.
내 인생 3번째 퇴사와 사십 대를 마주하면서 이런 고민은 사뭇 진지해진 졌다. 치킨집, 커피숍, 빵집, 꽃집 등등이 나의 머지않은 선배님 같고, 이제는 레드오션이라지만 스마트스토어 창업기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소상공인 또는 소기업으로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소상공인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왠지 모를 삶의 무게처럼 느껴질 즈음, 어떤 법률토크콘서트를 들었다. 3시간을 꽉 채워 들으면서 집중력을 잃기도 했지만,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들이 꽤 많았다. 이것은 오늘 들은 내용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하는 기록이다.
프리랜서가 돼 볼까 고민했을 무렵에서야 처음으로 프리랜서와 근로계약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프리랜서는 계약상의 의무가 '일의 완성'이며, 업무 수행에 있어 전적인 '권한과 재량'을 갖는다. 사용종속관계가 없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근로계약은 '일의 제공'이 의무이며, 업무 수행의 전적인 권한과 재량은 제한된다.
사업자 입장에서 실제 근로 계약이지만 프리랜서처럼 운영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는 3.3% 원천징수를 하기에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는 사업자가 지는 리스크가 크단다. 직원이 퇴직 후 실업 급여신청을 하게도면, 최대 3년 치의 고용보험료 소급분과 가산세를 내야 한다. 사업장 산재 발생 시 산재보험금 소급분과 직원에게 지급하는 산제보험료 50% 과태료도 징수된다.
실제로 프리랜서를 고용할 예정이라면 유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일을 지정하지 않을 것, 업무 수행 기간에 겸직을 금지하지 않을 것, 업무 시 근태를 관리하지 않을 것, 구체적인 업무 수행 방식에 간섭하지 않을 것, 비품/장소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고 제공 시 사용료를 받을 것 등이었다.
수습 기간에 임금을 깎아도 된다고 하는데 근로계약서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포인트가 재미있었다.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직원이면서, 수습기간 3개월 이내의 기간을 두는 경우에 한해 최저임금 감액 90% 감액이 가능하단다. 이때는 수습 기간과 감액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다만, 청소 등 단순 노무업무는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하더라도 감액 불가라고 한다.
주휴 수당 공지 관련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주휴 수당을 시급이나 일급에 포함하여 지급하려면 주휴수당이 명시적으로 '구분' 되어 있어야 한단다. '시급 12,000원, 주휴 수당 포함'이 아니라, '기본 시급 10,000원, 주휴 수당 2,000원' 이렇게 표기되어야 한다.
해고 예고라니, 이 얘기는 처음 알았다.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해야 하는데, 유의해야 할 점은 시점.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했다', '하지 않았다'이 두 개 중의 하나인지라, 중간에 얘기하는 건 소용이 없단다. 그래서 사업이 어려워져서 폐업을 하게 돼도, 30일 전 해고 예고는 변함없이 적용된다고 한다. 아, 근로자 3개월 근무 미만인 경우는 예외라고 한다.
작년 행사가 너무 도움이 많이 되었기에 이번에도 참석을 했다는 어떤 분의 질문이었다. 거래하는 세무 사무소에서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다. 믿고 가야 하는 건 알겠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일단은 사람과 사람으로 신뢰를 쌓기 위해 가볍게 술이라도 한 잔 하는 등의 휴먼 터치, 어떤 자료를 어떤 형태로 전달했을 때 효과적으로 일 할 수 있는지를 확인, 담당자가 계속 교체된다면 슈퍼바이저를 포함한 공동의 소통 창구 요청 등을 만들어 보라 했다. 좋은 세무서 사무실을 고르는 팁으로는 너무 크지 않은 사무실 (직원 최소 3명~8명)과 실제로 일하기에 실무를 제대로 알고 있는 대표를 선택하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정답을 외치며 손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른 일이 있어서 잠깐 한눈을 팔았더랬다. MOU 법적 효력 관련해서는 제목보다는 상세 내용을 봐야 하고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유의해서 체결하라는 얘기였다. NDA 계약 체결 시 체크포인트를 알려준 것도 유용했다. 중요한 건 '비밀정보' 정의 및 범위 문제를 확인하고, 비밀정보를 지켜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의 범위 설정, 그리고 비밀유지 위반 시 그 '책임범위'를 어떻게 할지 확인하라는 것. 진상 고객이나 도를 넘는 악성 리뷰 대처 궁금했는데 여긴 듣지 못해서 다음 기회에..
사업이 안돼서 월세를 못 냈을 경우, 몇 달을 안내면 계약이 해지될까? 정답은 3개월. 어쩌다 보니 임대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연장 기간은? 1년이란다. 계약서 특약으로 '권리금을 포기한다'가 들어 있었을 경우는? 사실 권리금 포기 약정은 무효란다.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잠깐 엉덩이를 붙이고 귓동냥을 했더니 그래도 조금은 똑똑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 뭐든 깊게 들여다보면 쉽지 않은 일 투성이다. 소상공인이든, 소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큰 줄기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건 질문의 씨앗이 될 테고, 험한 단단한 방패가 될 거라 믿는다.
덕분에 잘 들었어요, 재단법인 경청 법률토크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