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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윤 Mar 04. 2021

(소설) 자살클럽 1

1.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모든 것은 늘 그렇듯 지나갈 것이고, 현재는 곧 과거가 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약이니, 지금 불행하더라도 괜찮아질 것이다.

 고로 나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나는 오늘 죽을거다.

 

 어떻게 죽을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투신자살? 대부분 떨어지는 순간에 심장마비가 온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우면 죽기 직전 죽을까. 투신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다. 자이로드롭도 타지 못하는 내가 투신을? 지나가던 비둘기가 배꼽을 잡고 웃을 것이다. 그런데, 투신하지 못하는 이유가 꼭 내게만 있는 건 아니다. 이 땅에 있는 대부분의 옥상 문은 잠겨있다. 학교, 건물, 아파트 모두 말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보면 학생들이 옥상에 올라가서 대화하거나 싸우는데,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하고 웃는다. 옥상 문을 열려면 선생님이나 경비아저씨를 대동하거나, 어디든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뉴스에 나오는 투신자살자들은 아마도 옥상 키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한강 투신은 어떠냐고? 그래, 나는 겁이 많아서 투신은 못 할 것 같다. 패스.


 그렇다면, 또 뭐가 있을까. 나는 괜히 턱을 한 번 만졌다. 턱을 만진다고 생각이 떠오른 건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익사. 그 단어는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 끼쳤다. 마치 손톱만 한 개미가 온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덩달아 물속에서 퉁퉁 불은 시체도 생각났다.



 올해 여름, 지연이가 수영장에서 내 머리를 물에 밀어 넣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난이었지만, 내 몸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로 물이 들어가자 나는 당황했고, 물 밖으로 올라가려 했다. 지연은 그런 내가 재밌었는지 더욱 깊게 내 머리를 눌렀다. 나는 격렬하게 발버둥 쳤다. 내 몸은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 했다. 그 순간만큼은 생존 말고는 내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몸부림이 장난이 아닌 걸 눈치챈 지연은 나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나보다 더 놀란 지연은 미안하다며 내 앞에서 펑펑 울었다.


 물에 빠져 죽는 건 싫다. 그게 접시물 일지라도. 도대체 어떻게 죽어야 고통스럽지 않고 편하게 죽을 수 있을까.

 

 나는 휴대폰을 터치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3시 33분.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숫자가 참 외로워 보였다.

 확 죽어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

 

 이런 날 보고 꼰대들은 말한다. 배때기가 불렀다고. 학생인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자살하고 싶다. 제발,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로랍시고 ‘라떼는 말이야’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 그만 살고 싶은 이유를 묻는다면, 난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랩 하듯 뇌까릴 수 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우울증, 인생무상, 공부 압박, 성적비관, 꿈이 없음, 희망 없음, 인간관계 부적응, 기타 등등. 또 하나가 있다. 그중 하나는 자살하고 싶은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선구자 인척 하는 꼰대들 때문도 있다. 뜨끔했다면? 바로 당신이 나를 죽음으로 몬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두고 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둬주길 바란다. 플리즈. 제발.

 어쨌든 나는 살고 싶지 않다.     


*


 잠든  얼마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보다. 엄마가  불렀다.

 “서희야.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 해.”

 매일 반복되는 아침 7. 오늘도 죽지 못하고 살아서 눈을 뜨고 숨을 쉰다. 학교에 가기가 싫다. 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대체 학교에  배우러 가는 건지 모르겠다. 공부? 콧구멍에서 면발 튀어나오는 소리 하고 있네. 내숭 없이  까놓고 말해보자. 정년 보장된 정규직, 일명 철밥통이라는 학교 선생의 수업은 듣기 힘들다. 정말이다! 칠판에 얼굴을 대고 웅얼거리는 수업을 어떤 학생이 좋아할까. 알아듣기 힘들뿐더러 지루하기 짝이 없다. 기간제 선생님 수업은 그나마 괜찮다. 열정적으로 수업하고,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한다. 그리고 간혹 가다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한다. 정규직 선생님 중에 진짜 스승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모두, 애브리바디  안다. 그걸 모르는  진실을 외면하고 자기합리화하는 어른들뿐이다. 우리 학생들은 생각보다 어리지 않고    안다. 어른들과 싸우기 싫어서 모르는 척할 뿐이지.

 그렇다면 학교에 다니는 우리의 목적은… 인성? 그건 침팬지가 방귀 뀌는 소리랑 맞먹는다. 인성이라 말할 것 같으면…….     


 “빨리 안 나와?”

 엄마가 빽 소리를 질렀다.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나는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이젠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그제야 이불 밖으로 기어 나왔다.

 “아침 먹을 시간에 더 자겠다고 말했잖아. 아침 먹기 싫단 말이야.”

 아침 인사를 툴툴거림으로 대신했다.

 “아침을 먹어야 공부가 잘 되지. 아침밥이 뇌 운동을 잘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어, 안 했어. 어서 말고 먹어.”

 엄마는 아빠의 밥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6시 45분에 아침을 먼저 먹은 영업부 만년 부장 아빠가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나왔다. 식탁에 놓인 물을 한 잔 들이켜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건 혼잣말로 가장한 나를 향한 꾸지람이었지만.

 “공부하는 게 유세라고.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

 아빠는 아침부터 내게 잽 한 방을 날렸다. 안 그래도 없는 밥맛이 더 뚝 떨어졌다.

 “나 출근한다. 오늘은 늦을 수도 있어. 서희,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하고, 어?”

 아빠가 집에서 나가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아침, 비단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반복되는 이 삶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적절한 예를 멀리서 찾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우리 엄마 아빠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자살은 어쩌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오늘부터 나는 자살계획을 세워야겠다.

 “또또또 멍 때리네. 안 먹을 거면 빨리 준비하고 학교가! 엄마 오늘 바빠.”

엄마는 내 밥그릇을 치웠다. 잘됐네. 진짜 먹기 싫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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