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한 일요일, 30대에 접어든 어른이들의 푸념
일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어느새 30대가 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잠시 창밖을 내다보며 오늘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오후에 예정된 친구들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사실 매주 일요일이면 찾아오는 월요일의 부담감 때문에 되도록 약속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설렁설렁 움직이며 집을 나서기 전, 부엌에 있는 쿠키 상자를 발견하고 첫 번째 쿠키를 꺼내어 반조각 베어 물었다. 나머지 반조각은 저녁에 먹을 요량으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오후의 햇살 아래 모인 우리는, 20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 명의 30대였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 어떤 카페에 갈지 미리 정하지 않았다. 그냥 걷다가 눈에 띄는 곳을 발견하면 적당한 합의를 통해 들어가곤 했다. 그렇게 들어온 카페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어딘가 모르게 무겁고 고단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30대는 다를 줄 알았지 않냐’는 친구의 푸념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20대에는 꿈꾸던 삶이 있었다. 30대가 되면 더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 줄 알았다. 경제적 여유와 함께 인생의 안정감을 가질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깨져버렸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이 반복되는 지침과 무력감은, 20대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더 큰 책임과 부담이 추가된 듯했다. 오늘은 친구들과 그런 청춘의 무게에 대해 솔직하게 나눌 수 있었다. "근데 있잖아, 아는 언니가 그러는데 40대가 돼도 똑같대. 마흔이 돼도 비슷하게 고민이 있고 지치는 일이 있다는데." 그렇다. 인생은 아마도 고난의 연속이고 저마다 다른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굴레바퀴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버텨내보자, 라는 자조와 위로가 섞인 푸념으로 대화를 마무리 했고 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우리 모두 비슷하구나'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작은 만남이, 우리의 고단한 삶 속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쉼표 같았다.
집에 돌아와 아침에 남긴 쿠키를 마저 베어 물었다. 친구가 보내준 그 달콤한 쿠키처럼, 이 순간도 내게 잠시나마 힘을 주는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비록 지치고 힘들지만, 이런 소소한 시간을 통해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언젠가 우리도 정말로 여유로운 30대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까. 그때를 기다리며, 나는 달콤 쌉싸롬한 쿠키를 오독오독 씹어서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