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시한부 선고, 작은 머리속의 2.8 cm 종양덩어리
치매인 줄 알았다. 아기 때부터 10년동안 단골이었던 병원에서 그렇게 진단했으니까,
MRI 찍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내 요청에 치매는 어차피 다른 방법 없으니 굳이 큰돈 들여서 뇌 MRI 찍을 필요 없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이 흐른 후, 이사하면서 방문하게 된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건강검진을 하면서 MRI도 찍고 싶다고 요청했고, 일정을 잡았다.
강아지는 뇌 MRI를 촬영할 때, 동의서를 받는다. MRI만으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뇌 척수액일부를 뽑아서 검사를 받겠냐는 것이다. 뇌척수액을 뽑는 과정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을 감수하겠다는 동의서다. 이미 체중이 많이 빠진 아이라 손을 떨며 서명했다.
2012년 7월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했었잖아, 보호자가 필요한 아이가 있는데, 네가 데려갈래?" 바로 대답했다 "네"
상황은 이러했다. 길가 박스에 집과 반쯤 남은 사료와 함께 유기되었고, 목사님의 친구분이 구조한 것이었다.
친구 분은 이미 유기견을 여러 마리 키우고 있어서 다른 보호자를 찾아야 했고 그렇게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무슨 배짱인지 전화받고 다음 날 덜컥, 내 품에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나에겐 너무 소중한 가족이 생겼다.
2022년 10월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뇌척수액 검사는 안 해도 된다는 소견입니다." MRI센터에서 기다리는 동안 담당수의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왜요?" "왜요.." 담당수의사는 조심스러운 듯이 "뇌종양이고 자세한 사항은 병원에서 말씀드릴게요"
나의 하늘이 무너졌다. 나의 세상이 무너졌다.
공황장애, 불안장애, 불면증, 우울증을 약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던 나이기에 나의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줄 알았다. 나의 죽음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반려견의 죽음은 그 무엇보다 무서웠다. 사무치게 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