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빠와 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조한 글쓰기 Dec 18. 2021

영어 도구(English as the Tool)

7살 딸의 영어교육

먼저 이 글을 쓰는 목적을 밝힌다. 바로 영어교육에 대한 부분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 영어교육이다.


프롤로그 : 당신의 자식에게 영어는 무엇인가?


필자에게 영어는 악몽이다. 우선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노래를 울면서 부른 기억이 있다. 졸려워서 자고 싶은데 어머니의 강압으로 신나는 노래를 억지로 불렀다. 그때는 윤선생 영어교실이 인기였다. 주 1회 선생님이 찾아오셨는데, 그때 울면서 연습한 노래를 들으시곤 굉장한 칭찬을 들었다.


그때 어머니의 뿌듯한 표정이 기억난다. 정작 나는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적어도 나를 위한 영어 노래는 아니었다. 그렇게 영어는 스트레스였다.


이렇게 잘못된 첫 만남은 인생을 괴롭혔다. 수능에서 4과목을 1등급 받았지만, 영어는 언제나 3등급이었다. 하필 그때부터 주요 대학이 영어에 대한 가중치를 두었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논술의 지문도 영어로 나왔기 때문에,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휘갈기기 급급했다. 그렇게 3수(+반수)를 하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영어였다.


어렵게 간 대학에서 카투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간신히 토익 점수를 받아 운 좋게 입대하게 되었다. 문제는 영어로만 생활하는 그곳은 나에겐 지옥이었다. 기본적인 명령도 영어였기 때문에, 바보 취급을 받곤 했다. 부분 탈모가 왔고, 잠꼬대도 영어로 했다. 영어를 잘하는 카투사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카투사 출신이라고 모두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영어는 인생의 고민이자, 생활의 방해꾼이었다. 그러던 중 과거 다니던 회사 선배에게서 엄청난 인사이트를 받았다. 선배의 아들은 중학생이었는데 영어 해석과 회화가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냥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였다. 그 선배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이었고, 형수님도 카이스트 출신이었다. 그래서 자식도 머리가 좋아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선배 아들은 자동차 광팬이었다. 꿈 자체가 페라리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콘텐츠를 스스로 찾았고, 영어 자료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다. 꿈에 그리는 디자이너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니, 당연히 영어가 필요했을 것이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나와의 차이였다. 나는 영어를 공부로 받아들였고, 선배 아들은 Tool로 이용했다.


필자는 소위 학군지라 불리는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와 학원이 이질적이지 않게 어우러져 있다. 그 사이를 많은 어린 친구들이 오가며 채우고 있다. 특히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이 많다.


딸 주변의 부모님을 보면 영어를 공부로 강요하고 있다. 30년 전 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외국인을 보면 도망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본다.


반면 나의 딸은 영어를 즐긴다. 딸에게 영어는 만화영화를 보기 위한 Tool이었다. 참고로 읽기 쓰기는 거의 못한다. 주변 학원에서 요구하는 속도를 보면  딸은 엄청나게 느린 편이다. 그러나 나는 전혀 조급하지 않다.  파트는 아직 도구로필요가 없을 뿐이다.


영어 시험에서 100점 받는 딸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욕망이고, 부모의 경쟁이다. 이 페이스에 조급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라 생각한다. 돈이 필요하거나 영어를 못하거나.


매거진의 이전글 딸, 산타 그리고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