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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Dec 30. 2019

탈린을 떠나 라트비아 리가로 이동

발트 3국 두 번째 나라 라트비아!


오늘은 에스토니아를 떠나 발트 3국 두 번째 국가인 라트비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우리의 조식

아침으로 부인이 정성 들여 만들어준 샌드위치와 비트 샐러드를 먹었다. '보라색 샐러드가 다 있어?' 내겐 생소한 비트 샐러드인데 부인은 한국에서 종종 먹었다며 핀잔을 준다. 미안, 앞으로 챙겨준 음식들 잘 기억할게~


탈린 트램의 모습

식사 후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여행한 지 한 달 가까이 되니 배낭 메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배낭을 짊어지고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터미널까지 트램 요금은 2유로. 타고 가는 거리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덕분에 편하게 터미널까지 갈 수 있었다.


탈린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까지 ECOLINES 고속버스를 탈 예정이다. 버스 탈 때 인쇄된 티켓이 필요하다고 하여 터미널 앞 ECOLINES 사무실을 방문했다. 스마트폰으로 예약증을 보여주니 친절하게 티켓을 출력해 내어 준다. 갓 프린팅 된 따끈따끈한 티켓을 들고 터미널로 향했다. 


탈린 버스터미널 내부

도시를 이동하는 날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긴장하기 마련인데, 러시아와는 다른 깨끗하고 세련된 터미널 분위기와 여유 있게 앉아 있는 현지 사람들의 모습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심된다. 우려하는 짐 도난이나 급작스런 스케줄 변경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터미널에는 카페, 편의점, ATM 등의 편의시설이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스크린에서 우리 버스의 시간과 플랫폼 번호를 확인한 뒤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ECOLINES 버스 VOD

버스 시간이 다 되어 플랫폼으로 향했고 곧이어 버스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배낭을 짐칸에 싣고 버스에 올라탔다. 역시 깨끗한 에코라인스 버스.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럽에서는 버스가 운행 중 휴게소에 들르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 버스에는 항상 화장실이 준비되어있다. 나처럼 언제 속이 탈 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무 좋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모든 자리에는 개별로 영화, 음악,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개인 스크린이 준비되어 있다. 잠시 뒤 버스는 터미널을 떠나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앞으로 5시간 정도 이동해야 에스토니아를 벗어나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도착한다. 중간에 국경을 넘게 되지만 별도의 출입국 절차는 없다. 


바로 쉥겐조약 덕분이다!



유럽 국가 중 쉥겐조약에 가입한 국가 간 국경은 별도로 통제하지 않는다. 즉,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치 삼성동에서 잠실동 넘어가듯 어느새 국경을 넘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이 조약이 여행자들에게도 이래저래 편리함을 준다.


특별히 걱정할 것 없었던 탓일까? 날씨가 흐렸던 탓일까? 버스에서 뭘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피곤했던 탓에 우리 둘 다 깜빡 잠이 들었던 건 아닌가 싶다. 몇 시간의 단잠에서 깨어 보니 어느새 큰 강을 품고 있는 리가에 도착했다.


리가 터미널 버스 플랫폼

리가 버스 터미널은 꽤 크고 복잡했다.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찾은 뒤 예약한 숙소에 가기 위해 구글맵을 켰다. 인터넷이 되진 않았지만 미리 오프라인 맵을 다운로드 해놨기 때문에 길 찾기를 할 수 있었다. 구글맵 오프라인 다운로드는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정말 유용한 기능이다.


우리가 걸었던 돌아간 길(좌), 나중에 알게된 더 가까운 길(우)

하지만 구글 지도만 믿었던 나는 작은 실수를 했다. 구글 지도에게 철도와 대로를 건너기 위해 아래쪽 강변까지 삥 둘러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사실 터미널 건물로 나가면 철도와 대로를 건널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터미널 건물로 나갈 생각을 미처 못했다. 구글만 믿었던 탓에 무거운 배낭을 멘 채 10분 이상 둘러 가야 했다. 미안 부인..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노티 스쿼럴 호스텔 입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리가 올드타운에 있는 노티 스쿼럴 호스텔(Naughty Squirrel Backpackers)에 도착했다! 문 앞에 장난기 넘치는 다람쥐 로고가 우릴 반긴다. 2층 리셉션까지 두 단계의 도어록이 있어 안전하다는 첫 느낌을 받았다. 리셉션에는 3명의 이쁘게 화장한 여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은 젊은 남자 청년들이 많다. 오늘 밤 있을 Beer Pong 게임 예약자를 받는 게시판도 있고.. 음.. 탈린과 다르게 뭔가 젊음의 활기가 느껴진다.


젊은 분위기의 호스텔 리셉션

24시간 운영한다는 리셉션에는 마치 어느 바에 온 것처럼 맥주를 따르는 탭과 양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가려는 우리에게 웰컴 드링크가 있다며 두 개의 술병을 보여준다. 이 지역의 전통주라고 하는 Riga Black Balsam. 술을 좋아하는 우리도 처음 보는 술이었다. 45도의 검은 빛깔의 이 술은 샷으로 들이켜야 하는데, 약간 한약 맛이 나는 건강한 전통주 느낌이었다.


리가의 밤거리

방에 여장을 풀고 저녁거리를 위해 마트로 향했다. 금세 어두워진 밤거리. 리가의 올드타운은 탈린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더 네온사인이 가득한 젊은 골목 풍경이다. 운치 있는 골목을 지나 현대식 마트에 도착했다. 마침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를 발견했다. 좋아 오늘은 돼지고기다! 혹시 몰라 고추장을 파는지 찾았지만 팔지 않는다. 고추장만 있었어도 제육볶음을 해 먹는 건데 아쉽다. 고추장을 한국에서 호기롭게 챙기지 않고 탈린에서도 사지 않았던 것이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마늘, 양파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미 공용공간과 주방에서 Beer Pong 게임을 즐기며 맥주를 마시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그 속에서 돼지고기 냄새를 풀풀 풍기며 구워 먹는 우리가 신기한 듯 말을 걸어온다. 


우리의 저녁 식사

'너흰 어디서 온 거니?' 부인이 맘에 들었는지 계속 부인에게 관심을 보인다. '친구들 우리 부부란다. 그녀는 나와 이미 결혼한 몸이라고~ ㅎㅎ'라고 여유 있는 웃음을 짓는 내게 그들은 '거짓말하지 마. 너희는 반지도 안 끼고 있잖아. 부부라면 반지를 끼고 있어야지'라며 우리 손가락을 가리킨다.


숙소 공용공간의 모습

그랬다 우린 혹시나 여행 중 소중한 결혼반지를 분실할까 한국에 두고 온 것인데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부인은 젊은이들의 그런 말에 기분이 좋은지 밝게 웃었지만, 나는 아마 이때부터 빨리 은가락지라도 사서 끼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날 밤 그렇게 우리는 그들에게 부부가 아닌 커플이 되었고, 독일에서 놀러 왔다는 대학생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부인은 젊은 친구들과 허그를 나누며 기념 고무밴드도 선물로 받았다. 난 장난으로 약간의 질투를 느끼기도 했지만 젊은 친구들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탈린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풍기는, 젊음이 느껴지는 리가. 밤거리도 멋지던데 왠지 기대된다. 내일은 시내 국경을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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