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사진은 유치원 때, 뒤로 보이는 우리 집에서 열발자국을 걸으면 바다로 퐁당~~ )
부모님의 배경으로 자신의 미래를 점치는 '수저론'에서 얼른 벗어나시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포스팅을 썼습니다. 지금도, 미래에는 더욱 더,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만든 스토리의 힘이 중요해 집니다. AI 와 그것 말고는 경쟁할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때, 힘든 환경을 극복하며 만든 스토리가 훨씬 강력하고 힘이 쎄며, 많은 사람을 움직이는 영향력을 만듭니다. 집안 환경이나 배경이 좋지 못한가요?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멋진 스토리를 쓸 수 있는 무대를 가졌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그리고,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스토리를 지금 이 순간도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면 됩니다. 다만, 홀로가 아닌 커뮤니티 리더십과 함께! 화이팅!.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 소속으로 아시아 리전 매니저를 맡고 있다. 내가 관리하는 팀원들은 모두 아시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내 매니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팀은 미국 시애틀 본사에 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한국어보다 영어로 더 많은 회의를 한다. 지금의 모습만 보면 내가 유학파 거나 어릴 적부터 영어에 노출된 환경에서 공부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내 얘기를 잠깐 하고자 한다.
나는 거제도에서 대부분의 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부모님은 거제도에 터를 잡고 사신다. 내가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아 본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직전이었다. 이때 온 식구가 장장 8시간(당시엔 그 정도 걸렸다) 동안 버스를 타고 서울의 주요 대학을 견학했다. 부모님이 나름 큰마음을 먹고 생업을 잠시 미뤄가며 고3 딸의 대학 입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이벤트였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늘 1반이었다.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오기 전까지 영어 학원이라고는 구경한 적도 없었다. 부모님 또한 가난 때문에 문교부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시고 3D 업종에 종사하시느라 늘 눈코 뜰세 없이 바쁘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의 선견지명 덕분에 내 방에 한때 유행하던 '소년, 소녀 문학전집' 같은 전집들이 가득했다. 부모님이 바쁘시고 학교를 다녀오면 꼬맹이 남동생 말고는 할 일이 거의 없었던 나는, 그 책을 벗 삼아 살았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영어연극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때 선배 언니들이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면 야단을 심하게 쳤다. R 발음과 L 발음을 구분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하지만 그 연습 덕분에 오늘날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만 내가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에서 소개한 '커뮤니티 공부'를 한 셈이다.
발음이 부정확하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외국인과 대화가 힘들다. 반대로 영어 실력은 보통이어도 하고자 하는 말을 쉬운 말로 정확히 발음하면 적어도 대화는 통한다. 대화가 통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수준 높은 영어 구사가 가능해진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따라 하는 미믹킹(mimicking)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일어나는 ‘모방’ 과정이 바로 미믹킹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도 실제 영어로 말하고 쓸 일은 이 팀에 오기 전까진 많지 않았다. 팀원이 모두 한국에 있고, 고객이 한국인인 경우엔 딱히 영어를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실력이 제자리걸음이었다. 본사 출장을 가서도 반은 알아듣고 반은 전혀 못 알아들었다. 남들이 웃으면 같이 웃고 그랬다. 그런데 옮겨온 팀은 완전 다른 상황이었다. 매일매일이 영어와의 전쟁이었다.
처음엔 일단 외웠다. 본사에서 날아온 영어 이메일을 프린트해서 읽고 또 읽으며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그래야 영어 메일을 그 정도 수준으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전 팀에선 영어 메일을 쓸 일이 1주일에 한두 번 정도였지만, 이 팀에서는 거의 매일 써야 했다. 메일 하나 보내는 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틀린 게 없나 매번 확인하며 쓰니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호주와 뉴질랜드 MVP를 맡게 되었을 땐 더 가관이었다. 이 사람들이 영어를 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거다. 게다가 말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독특한 호주식, 뉴질랜드식 억양으로 주저리주저리 횡설수설하는데, 알아듣는 척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죄송해요, 호주 MVP 님들, 당시 전, 여러분이 하는 말의 90%를 못 알아 들었어요. 호주식 발음, 정말 넘 어려웠어요. T.T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까? 천천히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1시간 넘게 걸려 완성하던 영어 이메일이 50분, 40분, 30분으로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10분밖에 안 걸렸다. 그리고 줄어든 영어 작문 시간만큼 영어 말하기가 쉬워졌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보통 한국말로 생각하고 다시 그걸 머릿속에서 영어로 바꾸어 입 밖으로 낸다. 대화 중간중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대화가 원활히 이어질 리 없다. 대화가 어떻게든 이어져야 영어 말하기가 느는데 이렇게 되면 실력을 늘릴 기회가 아예 없어져 버린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나 같은 일반인은 일단 영어 쓰기, 즉 작문을 먼저 생활화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과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의 사례로 든 최영락 차장처럼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활동해 보라. 거창한 활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관심 있는 주제의 그룹을 페이스북 등에서 찾아 들어가서 정기적으로 정보를 나누면 된다. 혹은 내가 배우고 싶은 주제의 글을 올리는 외국인의 트위터나 유튜브를 팔로우하며 매일 영어로 코멘트를 적는 것도 괜찮다. 그냥 매일 영어 작문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처음에 작문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려도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영어로 말할 때도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대충 쓰기 시작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자신이 쓴 영어 작문은 큰 소리로, 그리고 최대한 정확한 발음으로 입에 붙을 때까지 읽어본다. 외국인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하듯이 해보는 거다. 결국 내가 쓴 영어 문장을 말하는 것이 영어 회화 아닌가? 내가 대학 때 했던 영어연극 동아리 같은 커뮤니티를 주변 사람들과 만들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연극 대사를 외우며 영어 문장을 정확한 발음으로 무한 반복할 수 있어 최고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미는 덤이다.
호주, 뉴질랜드 커뮤니티 리더 밋업 영어는 매일 반복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늘었다고 해도 쓰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든 외국어가 마찬가지다. 외국 유학으로 큰돈과 귀한 시간을 써도 한국에 돌아와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한국에 있더라도 내가 재미있어하는 주제로 매일 외국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외국어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외국어 공부도 커뮤니티 리더십과 하면 효율성도 좋고 실용적으로 익힐 수 있다.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책에서 확인해 보고 하나씩 자신에게 적용해 볼 기회를 만들길....
** 최근 출간된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를 통해 더 큰 감동과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