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요가
첫 제주 한 달 살기를 끝내고
서울에 올라온 지 어느덧 2년,
그 기억 속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지금 나에게서 맡을 수 있는 나의 향기는
내 마음 항아리 속 묵혀있는
작은 시작점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쉼이라는 꿈같은 2년여의 시간 동안
현재의 나를 만들어 준
2년 전 제주 여행 중 한 이야기이다.
나 자신에게 “지난 2년 간 가장 잘한 선택”을 묻는 다면
나는 여지없이 “제주에서 경험한 내 인생 첫 요가”를 답할 것이다.
당시 제주여행을 시작할 때 나의 상태는 그저 일에 중독되어 있는
대한민국 평균적인 한 남성에 지나지 않았다.
번아웃과 일 중독이라는 두 가지 증상을 안고 시작한 여행,
치료 방법을 몰랐다.
우연히 들렀던 한 카페에서 마시고 남은 빈병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고 나도 저런 상태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기도를 올렸다.
표선에 숙소를 잡고 누웠던 어느 날 밤,
예전부터 꿈꿔오던 요가를 하고 싶었고
그때 찾은 한 요가원에는
일일 체험권이라는 솔깃한 제안이 있었다.
남원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요가원의 첫 모습은
너무나 평온하였다.
문을 열었을 때 수많은 여성분들의 시선에 머쓱하였지만
선생님의 차분한 지도 아래 나도 엄연한 수강생이 될 수 있었다.
첫 요가수업이 끝나 갈 때쯤 복잡하던 머릿속이 정리되었고
그때 느낀 감정을 수첩에 적는 도중 선생님께서
“어떤 것을 적으시나요?”라고 물으신 간단한 질문과 함께
시작한 대화는 3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나로서 하루살이 수강생이 될 수는 없어
10회권을 등록하였고 제주에 지내는 동안 10번의 수업을 받았다.
수업은 점차 수련이 되어 갔고 선생님은 스승님이 되어 갔다.
스승님과 수련 후에 나누는 대화는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상기시켜 주었고
스승님이 소개해 준 사람들과의 대화는
내가 옳았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객관적 시선으로 위로해 주고 동의해 주는 한 마디가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10번의 수련으로 나는 모든 것을 비워내게 되었다.
이후 제주에서 좋은 것들을 채워 갔고
사랑하는 이들과 나 자신을 위해 자리를 조금 비워두었다.
그 자리에 2년 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생각, 경험들을 채워나갔다.
“나라는 빈병이 스트레스로 넘쳐흘러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잠시 비워내고 좋은 것을 채워 흘러넘치는 것들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보자”라는
나만의 철학을 선물해 준 요가,
나는 스승님의 제자이며
스승님은 삶의 철학을 공유하는 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