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취준 기간 3년, 내 집 마련의 꿈...!
29살 첫 로또를 샀다.
2022년 30살이 된 기념으로 푸는 썰이다. 29살까지 내가 왜 로또를 사지 않았을까 싶겠지만, 기본적으로 '대박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 삶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는 그만큼만 이뤄냈지만,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그 이상의 대가는 따라오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29년 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뭐든 힘들게 얻어내는 사람. 수능도 운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간다지만,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으며 취업 준비 기간도 3년 정도로 상당히 길었다.
가끔 주변에 부러운 케이스가 많다. 내가 생각하기로 저 사람이 저렇게 열심히 했었나 싶었을 정도로,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하는 경우.
하지만, 돌아보니 나의 힘든 시절은 너무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더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던 힘들었던 시절들. 그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작은 고통에도 금방 툴툴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로또 이야기에서 이렇게 멀리 왔지만, 결론을 이야기 위한 거창한 서론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로또를 사게 된 계기는 '내 집 마련에 대한 큰 꿈'이 있었다. 아무래도 직장인 월급으로는 서울에 있는 집 한 채, 아니 대한민국에 있는 집 한 채도 꿈꿀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악몽을 꿨는데, 사람이 죽는 꿈이었던 것 같다. 누가 죽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 찝찝한 상태로 네이버에 쳐보니 길몽이라고 나왔다. "아...! 내가 드디어 로또가 되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을 열어놨는데 현금이 딱 4천 원 있었다. 로또 사려면 5천 원이 필요한데.. 생각하며 동생에게 천 원을 빌리려고 "너 천 원 있니?"라고 말하자 옆에서 아빠가 다른 사람의 돈을 빌리면 안 된다고 했다. 로또는 당장 사야겠고, 돈이 없다면 빌리는 수밖에 없지라고 생각하며 나가서 내 생에 첫 로또를 구매했다.
두근두근. 가게 문으로 사뿐사뿐 들어갔다.
"로또 사려고요...!" 조심스럽게 아저씨 내가 바로 이번 주 일등 될 사람입니다라는 느낌으로 말했다.
아저씨는 퉁명스럽게 "자동이요?" 뭐가 뭔지 모르는 나는 "네..."라고 대답하며 로또 한 장을 받아 들고 나왔다.
아저씨에게 건네받은 로또에서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로또를 구매한 건 월요일.
토요일만 되기를 기다렸다. 매일매일 부모님께 내가 로또가 되면 집을 살 거라는 허세(?)를 떨었다. 동생한테도 너한테는 절대 돈을 빌려줄 생각이 없으며, 나는 너랑 같이 살 생각 또한 없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일주일!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다. QR로 바로 확인을 할 수 있어 찍어 결과를 봤는데...!
그 결과는 처참했다. 단돈 5천 원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들려오는 소식은 1등이 용산에서 나왔단다..
나도 용산에 거주하는데, 아무래도 동생한테 천 원을 빌려 불운을 받아왔나 보다. 하고 웃고 넘겼지만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로또가 준 일주일의 행복. 다시 한번 노력한 만큼 얻어내는 나의 삶에 감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