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아빠를 찾습니다> 운영자 인터뷰
저는 구본창입니다. 원래는 입시학원의 원장이었는데요, 자식들이 영어교육 때문에 필리핀으로 넘어갔거든요.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필리핀에서 코피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면 코피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애 아빠로부터 부양비를 받아내거나, 혹은 자립할 수 있도록 애엄마를 돕는 프로그램이죠.
네, 말하자면 코피노 맘을 한 명 만났어요. 한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과 사귀었는데, 3년인가를 집에서 지내게 해주면서 사위처럼 대접했대요. 그런데 코피노맘이 애를 낳자, 유학생은 결혼허락을 받겠다고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주소를 하나 써주고 갔대요.
그런데 그 주소가 영어로 소리나는 대로 읽어보니 '그걸 믿니 18 코리아'였어요.
그래서 코피노맘들을 돕겠다고 나서게 됐죠.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에요. 이 일의 취지에 공감해서 재정적 지원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근본적으로는 저를 돕는 40여 명의 변호사들이 일등공신이죠.
코피노가 탄생하는 데 있어 매춘으로 태어난 비율은 5%도 되지 않아요. 실제로는 필리핀 유학생들, 어학연수생들, 그리고 필리핀 기업에 파견나간 직원들, 사업가들이 필리핀 여성하고 정상적인 연애를 하죠. 그리고 애를 낳으면 버리고 간 거죠. 그 숫자가 필리핀에 약 4만명 정도 됩니다.
언론은 코피노문제를 계속 매춘으로 몰아갑니다. 그래야 취재하기 편하니까요. 예를 들어서 우리 한국에서도 미혼모들에게 인터뷰하자고 하면 인터뷰 하겠습니까? 안 하잖아요. 그런데 유흥가에 있는 사람들은 팁도 주고 돈도 주면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응해줄 가능성이 높잖아요. 언론들은 필리핀에 3박4일 취재출장을 오는데, 그 시간 안에 돈 주고 취재를 빨리 하려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유흥가로 가서 자꾸 자꾸 취재를 하고, 그리고 그 그림에 맞게 설명을 하다보니까 매춘으로 태어난 걸로 자꾸 몰아가는 거죠.
뭐 90%는 다 가난하죠. 아주 가난합니다. 급하게 애 키우느라 직업도 변변치 않아요. 제가 코피노아빠들을 쓰레기라고 하는 이유가, 지가 낳은 새끼가 굶고 있는데 외면하잖아요. 코피노 아이들은 현재 필리핀 빈민일 뿐만 아니라, 아빠도 가족 버리고 도망간 외국인이니까. 당연히 학교에서 왕따죠. 네, 필리핀 혼혈이 많다고 해도 당연히 애들은 학교에서 왕따인 거죠.
필리핀에서는 폰을 사용하다가, 유심칩만 갖다 버리면 아무런 이용정보가 남지 않아요. 난감하죠. 무슨 연인 사이에 계약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개 애 엄마들은 아빠랑 찍었던 사진 몇 장만 갖고 있어요.
그럼 아빠를 도대체 어떻게 찾을 것이냐. 그래, 애 아빠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미국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그 아빠를 아는 사람들이 제보를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코피노아빠찾기> 사이트의 시작입니다.
간단합니다. 애 아빠가 직접 코피노맘에게 연락을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연락을 해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되어서, 코피노맘이 '합의되었다,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줍니다. 다른 조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대부분 아빠들은 저에게 연락을 해요. '당장 내려라 사진을'. 초상권침해부터 명예훼손까지 거론하죠. 만약 본인이 이것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면 민사소송을 걸겠다는 거죠.
초상권 침해로 처벌한다면 처벌 받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배상? 손해배상도 하겠다, 대신 법정에서 너의 권리가 아이 생존권보다 앞선다는 걸 납득시키라고 했죠. 그랬더니 애 아빠가 고소를 취하하고 일시불로 양육비 7000만원을 주고 합의 본 적도 있어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개xx들이 많아요. 일단 자기 애를 버리고 왔다는 것부터 개xx죠, 한 달에 월 20만원 정도는 한국에서 큰돈이 아니잖아요. 본인 용돈만 절약해도 마련하는 돈인데.. 그 돈을 보내주면 어쨌든 아이의 최소한의 생존권이라도 보장되잖아요.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서 미안하다, 속죄한다, 개소리 아닙니까, 그거 다? 나이는 20대에서 60대까지입니다. 코피노맘들의 연령대는 20대~40대고요. 80~90%는 다 연인 관계입니다. 정상적인 연애요.
네. 코피노 아빠들이 그런 부분에서는 되게 이기적인 것 같아요. 또 우리사회에서도 굉장히 관용적이고요. 그러니까 남성에게 굉장히 유리한 문화 속에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아주 이기적인 형태로 나온다고 저는 봅니다.
필리핀은요 100만원만 주면 살인청부가 가능한 곳이에요. 100만원만 주면...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고 양육비청구를 하면 한 80%는 유전자검사를 거부하고, 제일 심한 경우는 건달을 보내서 협박을 하고. 이런 경우가 많아요. 그럴 경우에는 저희가 코피노맘을 직접 보호해요. 몸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죠.
겁이 나죠. 그런데 안 할 수 없죠. 코피노아빠들이 조폭을 보내면 처음에는 제가 가서 해결을 했습니다. 속된 말로 초반에는 건달들을 반 죽여 놨습니다. 그러다가 협박걸어오는 건수가 많아지다 보니까 필리핀에서 레슬링한 친구, 복싱한 친구들을 저희가 스태프로 고용했어요.
사실 저도 많이 다쳤어요. 제가 지금 이가 아래쪽에 반이 없습니다. 위쪽도 반이 없고요. 이게 다 틀니입니다. 몸싸움을 하다 보니까 맞잖아요. 흔들려서.. 빠진거죠. 한 반은 빠졌습니다. 제가 필리핀에 있으면서 싸움을 한 200번을 했어요. 이래 뵈도 저도 잘 싸워요. 실은 제가 유도 7단입니다. 하하
요즘은 별 생각이 없어요. 최대한 생각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요. 생각을 하다보면 고민과 갈등을 하니까요. 사무실에 있다가, 코피노맘들이 협박을 받고 있다, 조폭이 왔다, 그러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출동 갑니다.
저는 평소에 다니면서 보복의 공포에 늘 시달려요. 저는 저들을 몰라도, 저들은 제 얼굴을 아니까요. 그래서 미디어에도 가족들은 절대 공개하지 않죠.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죠. 그랬더니 아빠들이 네이버에다가 게시물 게시중단 요청을 하는 거예요. 허락 없이 자기들 사진을 걸었다는 거죠. 저희는 항의를 했지만 어쨌든 실정법상 초상권 침해가 맞으니까요. 할 수 없이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 사이트로 넘어간 겁니다.
미국은요 코피노 아빠가 초상권 침해 요청을 해도 들어주지 않거든요. 왜냐면 미국에서는 애 아빠의 초상권을 침해한다고 해도 아이들 생존권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해서 사이트를 제재하지 않아요.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데, 왜 한국 남자를 편들지 않고 필리핀 여자를 편드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필리핀 교민들 상당수가 거기에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요, 인권이 국적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나라도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에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가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 인권 침해하는 건 괜찮고, 우리만큼은 다른 나라에 당하면 안 된다, 이건 내로남불 아닙니까?
국내법상 한국 아빠들은요, 자기가 버리고 간 아이에 대한 법적 부양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도 있고요. 코피노 엄마들이 청구한 건이 300건이 넘고요, 그 중 상당수가 합의를 통해서 양육비 지급을 받았어요. 일부는 판결을 통해서 지급을 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많이들 소송을 하고 있고요.
일본인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자피노'라고 하거든요. 일본정부가 고용한 변호사 20명이 있는데, 자피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일본 자피노 아이들은 ▲국적취득이 가능하고, ▲양육비 청구를 하려면 일본인 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또 ▲자피노 아이들이 일본에 취업하려고 하면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들과 함께 협조해서 필리핀에 직업센터가 있어요. 신청자는 그 직업훈련원에서 일본어교육을 받고 일본에 취업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코피노를 위해서 단돈 10원도 쓰지 않아요. 아무런 지원도 없고요.
잠깐만요, 아이가 아빠를 찾는 데 이유가 있나요? 이유가 없잖아요. 당연한 거잖아요. 이거는 필리핀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 수 아래로 보는, 그런 관점에서 나오는 얘기인 거죠. 특히 한국 기자들이 '코피노들은 왜 한국인 아빠를 찾냐'고 묻는데,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화가 나요.
국민청원,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요. 이미 덴마크나 이런 곳에서는 예를 들어서 이혼하고 나서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정지시킵니다.
한국의 미혼모나 코피노맘이나 법적으로 똑같은 존재입니다. 예. 양육비를 청구하는 데 있어서는 똑같은 자격입니다. 그래서 히트앤런 방지법이 입법된다면 앞으로 미혼모들이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이 훨씬 쉬워지겠죠. 코피노엄마들도요. 저희도 국민청원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어요.
정부는 가만히 있죠. 솔직히 저희는 정부가 나서주면 이 일을 그만하고 싶어요. 왜냐면 이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에요 원래. 그런데 국가가 하지 않다보니까 저희가 하게 된 것뿐이고. 정부가 나서서 이 일을 해준다고 하면 저희는 당연히 이 일을 그만두죠.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은.
앞으로 저는 계획이란 게 없습니다. 왜 계획이 없다고 하냐면, 어쨌든 이 일은 위험해요. 현실적으로. 그런데 정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고 아무 생각도 안 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답입니다.
언론 탓이 커요. 코피노=매춘문제로 몰아가니까요. 그런데 자꾸 이 잘못된 프레임 때문에 코피노에 대한 대중들 인식이 잘못돼 있고, 그러다보니까 해법도 자꾸 잘못되는 거거든요. 코피노에 대한 문제가 10년 넘도록 언론에 보도 되었지만 발전적으로 나아진 것은 전혀 없죠.
그래서 이제는 언론취재도 제가 거부하고 있어요. 니들끼리 알아서 해라. 어차피 취재 방식도 달라지지 않고, 보도해도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요.
살다가 싫어졌어요. 어쩌겠어요. 헤어지는 건 자기 맘이죠. 그러나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애가 성인이 되는 18세까지는 양육에 대한 책임은 지도록 의무화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부분을 말하는 겁니다. 저희는 특별한 인권을 말하는 게 아니라요. 현재 한국의 법에 이미 정해져 있으니, 한국의 국가 기관도 그 법을 실행되도록 활동하라고 요구하려는 겁니다.
저는 어떤 숭고한 목적을 가진 게 아니라요, 그냥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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