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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Feb 06. 2023

드디어 살고싶은 동네를 찾았다

비싸서 그렇지 살고는 싶다


아이의 주말 시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어제까지 나에게 용산은 그저 큰 박물관이 3개 있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차를 대고 점심 식사로 찍어둔 우동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멀었고 생각보다 추웠다. 버들버들 떨면서도 평지가 이어져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추웠을뿐.


우리가 간 우동집은 딱 봐도 인스타 맛집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저 동네 사람들이 오다가다 들러 먹고 가는 동네 식당이었다. 메뉴도 단순 했고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맛잇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아주 깔끔하고 맛있었다. 담백한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38개월 된 아가도 맛있다를 연발했다.


따뜻한 우동에 유부초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오니 비로소 여유가 생겼고 주위를 둘러 볼 경황이 생겼다. 추웠지만 그래도 이동이 버겁지 않았던건 평지여서 였다. 오래된 상권임이 역력한 곳이었지만 어수선 하지 않고 반듯했다. 더러는 오래된만큼 지저분한(청소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가) 곳들을 최근에 본 바, 여기는 우리 부부의 취향과 잘 맞을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는 곳은 언덕이 들쑥날쑥하고 길도 꼬불꼬불한 곳이 많은데 반해, 평지에 반듯한 도로구성도 좋았다. 재건축을 앞둔 정도는 아니어도, 그정도면 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이는 충분히 괜찮아 뵈는 아파트였다. 한강과 가깝고 인근에 큰 공원도 있다. 지하철도 나름 2개가 지나가고 지금 회사와도 멀지 않다. 초중고 가깝고 여고가 아닌게 아쉽지만 그래도 아이가 학교를 멀리 안다니고 10년을 보낼 수 있다. 학원가가 좀 적어보이긴 했지만 그건 다 지 할탓이고.


찾아보니 리모델링 이슈도 있고 길게 가져가기 더없이 괜찮아보였다. 눈에 들어온 급매가격이 20평대 15억. 우리 집이 목표한 가격에 팔리고, 사이즈를 줄이고 대출이 잘 나오고 급매가 유지되도 무리인 가격이다. 심지어 리모델링이 진행되면 조합원 분담금도 만만치 않을 터.


무리다. 안다. 그간 보고 있던 애오개의 주상복합보다 훨씬 더 매력 있는 지역이었다. 내가 돈은 없어도! 욕심이 없진 않다!


사실 그동안 내심 마음속 원픽은 마포에 있는 벽산빌라였다. 빌라라니. 모두가 말라는 그 빌라. 맞다. 하지만 맞지만 다르다. 대지지분 78평에 달하는 대형 고급빌라다. 벽산건설의 회장님이 살던 벽산빌라. 튼튼하게 고급지게 잘 지었으리라. 필히 그래야 했으리라. 강변북로로 이동할때면 마포대교 지나기 직전 성처럼 있던 빌라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었다.



현재 나온 매물은 3층복층에 90평. 대지지분만 78평이다. 한강뷰에 테라스도 있고 10월에 하는 불꽃축제 보기 딱 좋은 자리였다. 물론 가격은 어마무시해서 전세 17억 끼고 29억. 예전엔 16억대로 경매도 나왔었지만 그건 아무튼 지난 일이고. 뭐 말도 안되는 금액인건 둘째 치고라도 대지지분 78평에 30억이 안되는건 서울에서 꽤나 매력적인 가격이다. 물론 근처 학군도 엉망이고 진입도 불편하다. 강변북로에서 들어가려면 아마 꽤 급경사일 것이고 마포쪽에서 들어온데도 골목골목 난리일거다. 당연히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편의점도 안보이고. 인근에 사찰이 있어서 종상향도 안되고(현재는 1종주거지역) 그러면 당연히 사업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자리였다. 한때 세상 한량이었던 안평대군의 정자터였고, 이승만 대통령이 잠시나마 머물렀던 별장터였다. 그런 정보를 몰랐던 순간에도 오며가며 눈을 떼지 못하던 자리였다. 남편과 로또로 한 50억쯤 받으면 1번으로는 뭘 하고 2번으로는 저 집을 사자! 했다. 급한 일을 마무리 하고 나면 저 집을 사고싶을만큼 욕심이 났다. 애 학교 다니는 동안은 애오개에 있는 주상복합에서 적당히 살다가 학교 다 끝나면 저기로 이사가자. 어른들도 모시고 살아도 되겠다. 뭐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했더랬다. 


쓸데는 없어도 갖고싶은 집은 있었던 나는 이제는 '살고 싶은 동네'도 찾았다. 돈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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