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없고, 집도 없고...
전세끼고 집을 샀고, 그리하야 우리는 2년간 살 집을 별도로 구해야 했다. 거기엔 아주 많은 옵션이 달라붙는다.
아이의 어린이집
나의 출퇴근
재택근무를 하는 신랑의 주거 환경
30평대 집에서 차곡차곡 켜켜이 쌓아왔던 수많은 짐들의 존재
여름에 태어날 아이와 병원간의 거리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보증금의 규모와 월세
주차 공간 ...
그중 현실적으로 가장 고민 되는 것은 아이의 어린이집이었다. 이사를 갈 예정인 지역과 살던 동네 둘다 회사와의 거리는 가까워서 사실 지금 사는 지역에 있으나, 이사갈 예정인 동네로 먼저 가서 살아가나 큰 상관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빼고는 그 어떤것도 우선순위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것이 중요하고, 모든 것이 필수적이다.
매도 계약이 진행되고 잔금을 치르기 까지 예상된 시간은 채 2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액션은 빨리, 더 많이 다양하게 알아보는 것 뿐이다. 집을 살때와 로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후보 지역을 정하고 그 지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매물을 확인하고 해당지역에만 있는 특이한 상황은 없는지도 살펴보고, 우리가 이동 가능한 사이즈와 가격대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답사를 가고 주위 환경을 직접 확인하는 것. 그저 빨리 움직이고 있는 매물 중 최선의 매물을 찾는 것이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우린 대략 7년 간의 결혼생활 동안 3번의 집 구하기를 했고 이번이 4번째다. 나름의 노하우와 취향이 잡혔다.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없는 것과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안다. 그리고 의사결정에 있어서 속도감도 확실하다.
우리의 첫번째 선택지는 보증금을 최소화 하고 월세 집을 구할 것, 이사 갈 예정인 지역을 1순위로 할것, 어린이집과의 거리도 너무 멀지 않을 것 이었다. 보증금이 적은 집을 고르기 시작한건 우리가 세낀 집을 산 탓이다. 세 끼고 사는 집은 세입자가 2년을 잘 채워주면 땡큐지만 만에 하나 나름의 사정으로 중간에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가 집을 매도하고 매수잔금 치르고 남은 든을 그대로 우리의 전세자금에 깔게 되면 돈이 묶여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전세를 구했다면 후보가 더 많았겠지만 전세로 몸이 묶여버리면 최악의 상황에 우리는 우리집의 전세보증금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
이사가 갈 지역을 이사 1순위로 잡은것은 아이의 어린이집 문제가 컸다. 그래도 그 지역에서 좀 적응하고, 친구도 만들고 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입주 시기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맞물리는 탓에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이미 친해진 친구들을 두고 다른 어린이집으로 가는 것 또한 6세 아이에게는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일단 1번의 순서로 이사갈 예정인 동네를 뒤지기 시작했고 있는 중 가장 조건이 나아보이는 한 집을 발견하고 바로 어린이집 예약을 걸었다. 방도 크고 거실도 큰데 문제는 상가 주택이라 화장실이 너무 작았다. 우리 살림을 왠만히 넣을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화장실과 욕실이 작고 심지어 추워보이기까지해서 나중에 태어날 신생아를 감안하면 좀 조심스러운 선택이었다.
집은 괜찮은데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 하수구 냄새가 쎄게 올라오거나 집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데 주차가 어렵거나 너무 작은집, 2~3년 정도는 살수 있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건물도 격하게 노후하고 집 구조도 희안하고 아마도 집에 문제가 생겨도 수리를 안해줄 것 같은 집 등 다양한 옵션들이 스쳐지나갔다. 사이즈가 큰 집을 찾으니 후보군이 확 좁아진다. 그 와중에 월세는 낼 지언정 보증금이 적은 집을 고르려니 더 어렵다. 여러 부동산 중개사에게 옵션을 이야기 해봤자, 보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고 공유를 하고 있는 구조라 후보군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이 동네를 한바퀴 돌고 나서 한숨 돌리고 나니, 이런 애매한 선택을 할 바엔 그냥 지금 사는 동네에서 하는건 어떠냐는 신랑의 의견이 있었다. 연식은 거기서 거기일꺼고, 신축일수록 집이 더 작아져서 우린 연식이 오래된 집 위주로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근마켓, 네이버 부동산, 피터팬까지 다시 이 잡듯 뒤져 몇개의 후보를 추려 집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사이즈가 1번 후보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지금 다니던 생활반경과 크게 멀어지지 않는 생활이 가능한 집을 발견했다. 작지만 방은 3개고, 나름 창고도 작게 있다. 역세권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거리이고 인근에 시장도 있고, 라이드를 뛰어야 하긴 하지만 어린이집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어린이집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은 옵션 같았다. 빌라는 주차가 어려운 경우가 태반인데 빠듯하긴 하지만 주차도 가능은 한 상황.
우리 부부는 집을 보러 다니니지 2주만에 이사갈 집을 결정했고, 빠르게 계약을 채결했다. 나의 매도매수 엑셀표에는 월세 계약까지 감안한 타임라인이 정리되었고, 이사짐 센터를 알아보고 입주청소까지 정해 계약을 마쳤다. 살던 동네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보증금이 적은 빌라 찾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발견해서 계약을 마쳤다. 우리는 그렇게 집 매도 결정이 나고 2주만에 이사 들어갈 집을 정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이사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