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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FE Nov 20. 2024

2024. 11. 20 :: 평범한 아웅다웅

포르투살이


새로 오픈한 한국 식당에서 일하게 된 지 3주쯤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 두 달은 된 것 같은 느낌?


파트타임으로 들어왔고, 며칠 전 매니저 자리를 넌지시 제의받았다. 하지만 하루를 세 파트로 나눠 살아갈 계획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이 자리의 파이를 키울 수 없었다.


다만 일하는 시간 내에서는 역량껏 도울(일의 영역을 확장할) 의향이 있다, 고 말씀드려서 관리 보조 격으로도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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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기본 시급이 5유로 선이다. 상승폭도 어이가 없다. 난 방값으로 400유로를 낸다. 파트타임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풀타임을 하더라도 입에 풀칠하는 정도로 버티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이 케이스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포르투(포르투갈)에는 한달살이 정도나 하길 추천한다. 돈을 쓸 곳이지 돈을 벌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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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여기 있는 이유.


1. 어쩔 수 없이 계속 외국어를 써야 한다. 일상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허들과 부딪혀야 하고 물러터지게 살고 싶어도 성장한다.

2. 한국(으로 통칭하는 수많은 풍경, 관계들)으로부터 고립되어 폐관수련할 수 있다.

3. 어차피 다른 유럽 국가 갈 생각하고 있는데 굳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등의 대륙간 이동을 불필요하게 해야 하나.

4. 살고 있는 집과 이 도시에 이미 튜닝해 놓은 것들이 많은데 이걸 다시 깨고 새로 세팅하라고? 싫어.


그래서 꾸역꾸역 있는 것이다. 이 도시를 대단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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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싫진 않다. 좋지도 싫지도 않아. 이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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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 온 지 1년 2개월이 됐다.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지만 아마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널 많이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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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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