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목 Mar 28. 2019

이름 없는 길이 올레길이 되다

규슈올레  후쿠오카-신구  코스


   규슈 올레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날입니다. 길 이름은 후쿠오카-신구 코스이고 규슈 올레의 22번째 길입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운동장에서 열린 개장식 행사를 마치고 혼자서 또는 짝을 이루어 올레길에 들어섭니다. 길 중간중간에 관계자들이 나와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과 음료를 맛볼 수 있게 하고 마을 사람들도 과일이나 과자 등의 간식거리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처음 열린 길에서 이것저것들을 맛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개장식 날에는 많은 참가들이 있다 보니 번거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날 길을 걷고 나면 늘 다음에 혼자서 한 번 더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길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 올레길을 처음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참가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서울 시청의 서울도서관 외벽에 걸린 '이름 없는 날도 봄이 되더라  이름 없는 꽃도 향기롭더라'는 문구가  딱 어울리는 올레길입니다. 농사짓는 마을 사람들이 지나던 한적한 농로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찾는 올레길이 되었습니다. 바닷가 넓은 백사장 한쪽도 올레길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 길을 걷는 개개인은 마음에 남는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얻어올 것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걷는 엄마와 아빠,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새로 생긴 올레길 위에 있는 모두는 나름의 의미를 떠올리면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고3 큰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 입시의 힘든 길이 의미 있는 때로 남기를 바란다고 씁니다. 쓸모없이 지나는 날이 없겠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딸아이는 매일을 하나하나 세어가는 만큼 하루의 의미가 남다를 것입니다. 대학으로 가는 길, 입시의 힘든 길, 고3이라는 거친 길을 걷는 큰 딸이 올 한 해를 잘 보내고 내년에는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얻길 바란다고 적습니다. 내년에 보내는 아빠의 편지에서는 첫째의 대학 생활이 궁금하다고 물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시마에서 쓰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