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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준 May 14. 2021

어서 와 결혼은 처음이지??-제4화-

-제4화 연락-

그렇게 나는 첫 만남의 에피소드를 간직한 채,  안전히 그녀를 데려다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서로 느낌이 좋았다고 느껴진  나는 한창 화기애애할 타이밍에 애프터 신청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스케줄 안에 나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음 약속을 잡았다. 서로의 스케줄을 맞춰보니 당장 내일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그럼 내일도 볼까요? 제가 퇴근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일 회식이 있고 그 회식이 불참하면 안 되는 자리라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한참 망설이더니 그녀는 "회식 빨리 다녀와서 만나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럼 회식장소로 직접 데리러 갈게요"라고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이 되었다. 한껏 들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톡을 보냈다. “출근 잘했어요? 이따 저녁에 어디로 데리러 갈까요?”라고 보냈지만 오후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저번에도 일이 바빠 연락이 잘 안 된 것을 상기시키며 인내하며 기다렸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회식장소로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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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뚜............................


순간....


나는 차였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제의 좋았던 시간은 가을의 높은 하늘로 청명함과 함께 날아갔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마음을 숨긴 채 집에 들어갔다. 새롭게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며칠간의 행복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을씨년스러운 가을은 더 야속했다.

“휴우~” 한숨을 쉬며 바로 드러누워 TV를 켰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멍하게 누워있었다. 위잉~위잉~ 카톡 소리가 울렸다. 그녀의 카톡이다. 죄송해요. 오늘 회사를 나가지 못했어요. 하루 종일 누워 있느라 핸드폰을 볼 수 없었어요.” 나는 “괜찮아요 피곤하면 그럴 수 있죠 어디 아파요?”라고 보냈다. 한참 지난 후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숙취요...... 밤새 토하고, 기절하듯 누워 있으니 엄마가 약국에서 숙취 없애는 약을 두 번이나 사주셨어요.” 나는 뭔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맥주에 무한리필 사케 10병을 나랑 대작을 하며 먹더라니......”편히 쉬고 조만간 시간 내서 봐요.”라고 이야기 한 뒤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은 숙취 없어요?”라고 묻고, 무사히 출근했다는 카톡을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며칠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같은 안부인사를 주고받고 취미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며칠이 지났으니 만나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일 오후에 볼까요? 회사 앞으로 데리러 갈게요 이번에 숙취 때문에 피하면 안돼요!”라고 말했고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음날 오후 퇴근시간에 맞춰 그녀를 데리러 갔다. 양재에서 상암까지 와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 러시아워에 걸려 그냥 양재에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차를 가져갔기에 맥주는 못 마셨지만 우리는 다시 치킨집으로 향했다. 양재에는 꽤 괜찮은 치킨집들이 있었고 우리는 맛있게 치킨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겼다. 그렇게 그녀가 퇴근하면 데리러 가고, 양재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주말이면 신촌이나 홍대에 나와 데이트를 즐겼다.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졌고, 갈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은 커져 있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식사를 다 할 때쯤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 사귀는 거예요?” 나는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귀는 건데 왜 사귀자고 말을 안 해요?”라고 나한테 물었다. 나는 “그런 건 20대 초반에 우리 오늘 1일이다 이런 때 쓰는 거 아닌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연애하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그 말이 약간 서운했는지 당차게 자기는 꼭 그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식사를 다 하고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사귀어요” 그러자 그녀는 “생각해볼게요”라고 말하고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뭔가 또 트릭에 꼬여 넘어간듯했다. 마침 강변북로에 접어들 때여서 “거절하면 내가 여기서 내리라고 할까 봐 지금 대답 안 해주는 거죠?”라고 물었고 그녀는 배시시 웃을 뿐 나를 계속 초조하게 만들었다. 물론 우리의 감정은 서로 공유되고 있었고, 서로 좋아했고, 행복했다. 그럼에도 막상 “예스”라는 단어를 기다리니 초조했다. 성산대교쯤 지났을까? 그녀가 대답했다. “좋아요” 나는 갑자기 말이 없다가 좋아요 라고 말하자 괴롭히고 싶었다. “뭐가 좋아요? 치킨이요?” 그녀는 다시 한번 “좋다고요”라고 말했고 나는 다시 한번 “치킨이요?”라고 응수했다. 사실 내가 장난칠 때 그녀가 보이는 반응이 귀여워서 자꾸 장난치고 싶은 느낌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난다’와 ‘오늘부터 우리는 사귄다 도장 쾅쾅쾅’의 경계에서 정말 사귄다 도장 쾅쾅쾅 찍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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