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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준 Feb 16. 2021

심리전문가를 남편으로 둔 아내의 산후우울증 극복기

남편의 중요성

2019년 코로나가 창궐하고 우리는 모두 코로나에 생활을 맞춰야 했다. 2019년 10월 코로나가 나오기 전 상견례를 통해 2020년 4월에 결혼식 날을 잡았다. 그때만 해도 4월은 봄이고 따뜻하고 햇살 좋을 때 결혼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생각에 빠져 있었다. 2020년 4월에 되고 우리는 코로나로 엄청난 피해를 보며 결혼식을 강행했다.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 속에서 결혼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2020년 4월에 들어와서 감염자가 10명 미만이었다. 그래서 코로나가 종식된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결혼을 강행했다. 물론 다른 분들은 결혼식을 6월 혹은 10월로 미뤄놓았고 그렇게 미뤄놓은 예비신랑 신부보다 우리가 코로나 속에서 훨씬 수월하게 결혼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결혼하고 우리는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10명 미만이던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그 피해는 곳 우리의 여행길도 막아섰다. 예약해놓은 외항사는 취소를 해주지 않았고, 그 피해는 우리가 보았다. 바우처로 발급받아 언젠간 그 외항사를 통해 여행을 가야 할 판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제주도라도 가려고 했지만 그것도 불가했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생활은 코로나로 인해 어두워져만 갔다. 그러던 중 아내가 2주 이상 생리를 하지 않아 테스트기를 해본 결과 두줄이 나왔다. 우리는 산부인과에 가서 아기집을 확인했다. 그렇게 37주를 품어 2021년 1월에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코로나 속을 뚫고 결혼을 하고 코로나를 뚫고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어둡기만 할 것 같았던 우리에게 아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을 주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퇴원했다. 원래는 산후조리원을 가고 싶었으나 코로나로 여의치 않아 장모님 댁에서 산후도우미를 모셔 조리를 했다. 3주간 조리를 하고 신혼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의 육아는 시작되었다. 육아가 시작되며 아내의 산후우울증이 슬슬 찾아오기 시작했다. 남편인 나는 직업 특성상 우울증, 공황장애, 공포증, 대인관계 등을 다루는 심리전문가이자 교육을 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산후우울증을 쉽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성격이나, 기질, 환경 등의 영향으로 생기는 우울증의 한 축과는 다르게 산후우울증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무조건 찾아왔다. 우리는 그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산후우울증을 막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심리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있었기에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막상 내 아내가 아이를 돌보며 눈물을 흘리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니 굉장히 안쓰러웠다. 그래서 내가 가진 전문성을 몽땅 털어 내 아내의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산후우울증은 산후 우울감이라고도 한다. 나처럼 우리는 “산후우울증이 피해 가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온다고 생각하면 대처가 수월하다. 산후 우울감은 수일간 지속되다가 점차 가라앉아 정상범위의 정서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산후 우울감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 이상으로 지속되면 우리는 그것을 산후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나는 아내의 산후우울증을 없애고자 했고 지금부터 직접 경험하고 효과가 있었던 극복 노하우를 적어보고자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산후우울증)

일단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실패하고 전문가를 찾아갈 확률이 높다. 남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남편의 역할 없이는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두 번째 남편은 “육아를 돕는다.”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같이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준비했다면 다음으로는 심리전문가가 직접 경험하고 효과를 봤던 극복 노하우를 전수받을 차례이다. 말로 듣거나 글로 읽으면 “흔한 이야기잖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 흔한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심리전문가 남편의 산후우울증 극복 노하우



1. 남편의 출퇴근과 외부 일정에 의해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아이부터 찾지 않는다. 내 아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먼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 들어준다. 집에 들어오면 아내의 모습과 태도를 먼저 보살피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남편이 들어준다. 아이부터 찾게 되면 아내의 존재가치가 지워진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아내를 산후우울증에 빠지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대화하고 아내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그다음 아이를 바라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2. 혹시 양가 어르신들이 잠시 1시간 정도 아이를 봐줄 수 있다면 아내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세로토닌인데 이 세로토닌은 햇빛을 보면 생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햇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별다른 전문적 상담이나 세러피, 케어 없이 산후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다. 햇볕이 좋을 때 밖에 나가서 적어도 10분 이상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서성거리거나 산책한다. 피부로 햇빛을 받는 것도 좋고 특히 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통해 세로토닌이 많이 생성된다. 집 안에서의 형광등, LED조명의 빛을 눈으로 받는 것이 아닌 밖에서의 햇빛이 도움이 된다. 내가 심리전문가로서 우울증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게 돕는 것 중 햇빛보기가 무조건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경험한 아내의 산후우울증에도 굉장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다. 혹 어르신이 봐줄 수 없다면 아내만이라도 나갈 수 있게 남편이 육아를 하고 있으면 된다. 아내에게 30분 정도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면 산후우울증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이렇게 육아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고 햇빛을 통해 도파민 호르몬을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로 기분이 좋아지는 1석 3~4조의 효과를 통해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



3. 남편이 밤중 수유를 해야 한다. 신생아는 2~3시간의 텀을 두고 수유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낮에는 체감이 잘 안되다 밤이 되면 2~3시간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아이는 울면서 배고파하고 그것을 주기적으로 아내의 몫으로 남겨두면 피로감과 함께 수면부족, 아이의 칭얼거림에서 오는 불안감 등이 산후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밤중 수유를 전담해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내가 주로 낮에 아이를 많이보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조금만 나서서 육아를 분담하면 아내의 산후우울증을 막을 수 있다. 모유수유를 한다면 자기 전 모유 유축 팩에 저장을 해서 냉장고에 넣는다. 새벽에 아이에게 주기 위해 냉장고에서 유축한 모유를 꺼내 중탕을 한 후 남편이 아이에게 먹이면 된다. 물론 아내의 모유수유 중에서 밤중에 직수를 하면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도 체력이 될 때 이야기다. 아내가 준비가 되면 직수도 하고 유축도 하며 병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도 남편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밤중 수유를 도와주면 아내가 조금 더 잘 수 있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면 당연히 산후 우울감을 견뎌낼 내면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밤중 수유를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4. 아내가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를 하게 되면, 뼈 마디마디가 다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팔목 아대도 하고 산풍이 오지 않고 옷도 따뜻하게 입히고, 수면양말까지 신긴다. 이렇게 아내는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한 생명을 낳는다. 아내의 몸상태가 정말 완전히 돌아오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 동안에는 남편이 아이를 안거나, 목욕을 시키거나, 트림을 시키는 등의 행동을 해주면 좋다. 그 이유는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아이를 낳은 아내의 몸상태가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아내가 아이를 안거나 힘을 쓰거나, 무리를 하게 되면 평생 어떤 한 부분이 취약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손목이나 허리가 한번 고장 나면 평생 고통스러워하며 산다고 보면 된다. 이런 이유로 좀 더 힘이 좋은, 그리고 아파도 금방 회복이 되는 남편의 손목이나 허리를 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 아내 손목 바사삭을 목격하고 싶지 않다면 남편이 힘쓰는 일, 아기를 안는 일, 목욕시키는 일 등의 수행이 잘되야할 것이다.




이렇게 내가 여러 가지 전문성을 결합하여 아내의 산후우울증을 케어해본 결과 위의 네 가지가 정말로 효과가 좋았다. 내가 전문가여서 가능했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위의 네 가지에 없다. 많은 시도를 해본 결과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고, 우리가 정서를 가진 인간이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행동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심리전문가가 아닌데...”라고 생각하지 말고 써진 활자 그대로를 보며 실천을 해본다면 분명 아내가 좋아짐을 느낄 것이다.


현재 임신 중이고, 출산을 예정한 모든 산모들, 남편들이.. 그리고 지금 현재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내들에게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심리전문가 고병준 유튜브 채널: 심리 읽어주는 남자 에이준 - https://youtu.be/IjY2MOHBjIg​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영상. 글을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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