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적응 중 입니다.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모셔오고 싶다던 곳에 다닌 지 두 달 만에 '이건 아니다' 싶어 탈주했고, 2주 간의 백수 생활을 거쳐 새로운 곳에 자리 잡았다.
출근 3일 차.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을 또다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지금의 주된 업무이다.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수 차례 반복해야 하는 일상 경험들이 다행히도 불편하지만은 않다.
신규 입사자답게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여 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은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큰 편이다. 아마 백수 생활이 주는 경제적인 압박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면 두려움이 줄어들었을 뿐 기대감이 커진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명확해지면 감정적으로 조금 더 분명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감정을 명확하게 알게 되기까지는 누구나 시간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는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넘어갈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 시기의 애매함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해주니 말이다.
애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삶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멈춰 선 것 같은 불안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완충 지대가 주는 안전함은 충분히 누릴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애매함을 느껴보자. 하루하루를 쉼 없이 살아내고 완충지대조차 달려가고 있는 그대에게는 이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