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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n 22. 2022

Lock & Lock No. 5

나 아픈 거

뭐 대단하다고

여기저기 구호물품


락앤락 한 통에 김밥

락앤락 한 통에 오곡밥

락앤락 한 통에 옛날 소시지 계란부침

이거 말고 더 있지

무김치 열무김치 마늘장아찌


통에 꽉꽉

채워들 보낸다

이 모양 이 꼴로

골골대는 나에게


처방받은 약봉지만큼이나

락앤락 통이 냉장고에 산더미

아픈 날들이 오래 갈수록

산더미는 저 높이


그들 사랑

싹싹 먹어

비워낸 통


비워지는 락앤락 통만큼

사랑으로 채워지는 마음

딸카닥!


그나저나 문제는

어떤 통이 누구 통인지

통 모르겠다 마씸


비워진 통 앞에 두고

눈 감고 코 킁킁

내게 사랑 준 이 누구인지

사냥개처럼 추적하는 시간


그닥 맵지 않은 열무김치냄새

이 통은 담백한 보나언니 향


마약냄새인가 화들짝 놀란 중독성 강한 김치냄새

김치 하나 끝내주게 하니 잔치국수집 같이 차려보자던

함바집 경력 많은 묵향언니 향


오래 살 거 같은

지중해 올리브 오일냄새  

이 통은 유럽피언 스타일 우아한 안나씨 향


달콤한 산딸기향 감도는 술병

이건 도저히 헷갈릴 수 없지

한 알 한 알 산딸기 따서 산딸기주 담갔다는

우리동네 스윗한 술쟁이 구씨 향


통은 비워지고

마음은 채워지고


락앤락 통 가득

당신들의 향

샤넬 No.5 부럽지 않지


육지에서 받은 상처

마음에 썩은 내음 가득했는데

락앤락 아로마 테라피로

제주에서 고치고 있다 마씸


당신들의 사랑이 담긴 향

날아가지 않게 딸칵 채운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락앤락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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