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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우경 Jan 13. 2019

아이고 아부지

- 외할배요 왜 그러셨니껴 

저래 모내기 끝난 논 보면 참 시절 좋구나 싶어. 지금이야 모내기는 일도 아니고 논농사가 농사중에 젤 쉬운 농사가 됐지만 우리 클 때만 해도 세상에 힘든 게 모내기라.  

 
내 어렸을 때 모내기 철 되면 아부지, 그래 너그 외할배, 얼굴 보기가 힘들었지. 동 트기도 전에 하마 논에 나가시네. 논을 갈자면 소가 있어야 되는데 그 소는 큰집에 달랑 한 마리야. 그 소 빌리자고 큰집 논 열두배미 아부지가 다 갈아줬지. 큰집도 참 염치가 없어.  
 
그렇게 빌린 소로 논을 가는데 배미는 삿갓배미, 하늘받이 천수답이니 물이 있나. 그 물을 댈라고 또 밤새도록 아부지는 용두레질을 하는거야. 물이 찼다 싶으면 이랴이랴 써레질 해야지, 써레질 끝나고 논 고르는 고무레질까지, 손가죽이 벗겨지도록 일해야 겨우 논 장만이 끝나는 거지. 
 
논 장만이 됐으니 모를 쪄야지. 지금이야 모판이 따로 있지만 그때는 못자리에서 일일이 모를 떠서 짚으로 묶었단 말이야. 이렇게 찐 모를 산 너머 한 배미, 개울 건너 두 배미 논마다 지게로 져서 날라놔야 겨우 모내기를 하거든.  
 
그것도 두레로 하려니 온 동네 모내기를 다해야 내 차례가 오는 거지. 그렇게 쌀농사에 허리가 부러져도 먹는 건 맨날 감자에 조밥이었던 게 참 희한하지. 그랬는데 이제는 트렉터에 이앙기면 모내기 걱정도 없고 먹을 소가 모자라서 한우값이 하늘이라매.  
 
너그 외할배야말로 살아생전 소보다 더 부지런한 양반이었는데, 그놈의 노름에 빠져설랑은 있던 논밭 노름판에 홀딱 말아먹었지. 생각해보니 아이고,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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