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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우경 Apr 12. 2019

설중매와 설중할매

감자눈이 내렸다

감자비 대신 감자눈이다. 호박 심고 내리는 비는 호박비, 참깨 심고 내리는 비는 참깨비. 감자 심고 비가 오길래 고마우셔라 감자비가 오시네 했더니 밤새 감자눈이다. 눈이어도 좋지. 우박 아닌 게 어디람. 

눈 쌓인 동백은 보길도에서 보았으되 설중매를 볼 줄이야. 매화는 눈 속에서 독야청청한데 오마니는 홀로 환한 매화보다 저기 뜨문뜨문 붉은 진달래가 마음 쓰이시나보다. 

-눈을 맞디마는 참꽃이 호죽주그리하네.

오마니는 진달래를 참꽃이라시지. '참'이 붙은 것들은 다 먹을 것. 참미나리 참깨 참외 참나물. 냉이는 벌써 팼고 두릅은 아직인데 거듭 물을 들이켜도 배 고프던 시절 오마니는 참꽃을 드셨다지. 

-참꽃도 마이 먹으면 허기는 끈다니까. 두 손이 뻘겋도록 따먹고나면 그 놈의 설사가 참.  

배앓이를 알면서도 먹어야했던 참꽃. 뜨문뜨문 산 허리에 붉은 진달래. 그래서 오마니는 '미친 년 머리에 꽃 꽂은' 것 같이 핀다시지. 그 진달래는 눈을 맞아 '호죽주그리'하구요 설중매는 독야청청하거나 말거나 아이고 오마니, 이 4월 뜬금없는 감자눈 속 설중할매는 발이 시려 어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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