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비 대신 감자눈이다. 호박 심고 내리는 비는 호박비, 참깨 심고 내리는 비는 참깨비. 감자 심고 비가 오길래 고마우셔라 감자비가 오시네 했더니 밤새 감자눈이다. 눈이어도 좋지. 우박 아닌 게 어디람.
눈 쌓인 동백은 보길도에서 보았으되 설중매를 볼 줄이야. 매화는 눈 속에서 독야청청한데 오마니는 홀로 환한 매화보다 저기 뜨문뜨문 붉은 진달래가 마음 쓰이시나보다.
-눈을 맞디마는 참꽃이 호죽주그리하네.
오마니는 진달래를 참꽃이라시지. '참'이 붙은 것들은 다 먹을 것. 참미나리 참깨 참외 참나물. 냉이는 벌써 팼고 두릅은 아직인데 거듭 물을 들이켜도 배 고프던 시절 오마니는 참꽃을 드셨다지.
-참꽃도 마이 먹으면 허기는 끈다니까. 두 손이 뻘겋도록 따먹고나면 그 놈의 설사가 참.
배앓이를 알면서도 먹어야했던 참꽃. 뜨문뜨문 산 허리에 붉은 진달래. 그래서 오마니는 '미친 년 머리에 꽃 꽂은' 것 같이 핀다시지. 그 진달래는 눈을 맞아 '호죽주그리'하구요 설중매는 독야청청하거나 말거나 아이고 오마니, 이 4월 뜬금없는 감자눈 속 설중할매는 발이 시려 어쩐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