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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 Jan 23. 2021

나의 결정에 대한 책임

프로덕트 매니저, 기획, 책임

얼마전에는 나의 기획, 말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하는 사건을 경험했다. 어떻게 보면 지나가는 사소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기획과 결정, 말이 존중받기 위해 당연히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일은 서비스 배포를 위한 최종 기능 검수 작업 중에 일어났다. 나는 기능 검수와 다수의 프로젝트를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디바이스간의 동작 통일을 위해 나름 꼼꼼히 검수를 진행했고 검수 횟수는 4차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개발자님이 뒤늦게 추가된 Input 정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셨다. '트리님, 정보란에서 해당 문자를 입력 가능하게 할거라면, 맨앞에서는 1자만을 제한한다는 정책은 필요없지 않을까요?'

나는 해당 정책이 다른 OS에서 적용하기로 예정된 동작이었으며 기획안을 공유하였을 때 타 팀원들의 피드백도 없었기에 개발자님께 기획의도를 말씀드렸고, 개발자님은 이를 수용하여 정책을 유지하기로 협의하였다.


하지만 2일 정도가 지나, 해당 정책에 관해 동일한 피드백이 타 개발자님으로부터 제기되었고, 리더님의 의견까지 더해졌다. 나는 다수의 동일한 피드백이 들어오자 일전에 내가 했던 결정이 틀렸음을 인지하고, 이렇다할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해당 피드백을 수용하였다. 그로기는 다급한 마음으로 먼저 피드백을 주셨던 개발자님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며 해당 동작을 수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의를 드렸다. 최대한 죄송한 마음을 담아 말씀을 드렸고, 여느 때처럼 나는 개발자님이 이해하고 넘어가주시리라 예상했다.


그때 개발자님께서 짧지만 나에게 무겁게 다가온 말씀을 해주셨다. '트리님, 분명히 제가 동일한 피드백을 드렸고 트리님의 기획의도를 존중해서 해당 기능을 유지하기로 하였던건데, 다른 분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서 바로 방향을 바꾸시는건 조금 아니지 않나요?'


나는 이말을 듣고 내가 생각지도 못하고, 작은 실수로 치부하였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아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방향을 잡는 사람이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던져진 의문을 그냥 수용하고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방향을 바꾼다면, 함께 하는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존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우선 나는 바로 개발자님께 면밀하고 세심한 고려도 없이 피드백을 반려한 것과 받아들인 것, 또한 그러함에도 선택을 존중해주신 것을 생각지 않은 점을 사과드렸고, 또한 다시 한번 동작을 분석하여서 통합적으로 정리해드려도 괜찮겠느냐는 문의를 드렸다. 다행히 개발자님은 이러한 나의 말을 받아주셨고, 나는 나의 결정이 가지는 무게를 느끼면 해당 정책을 다시 분석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해당 정책은 나의 실수, 잘못이 맞았다. 분명 레퍼런스를 토대로 유사한 정책을 확인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의도한 방향은 불필요한 리소스만을 잡아먹는 기획이었다. 첫번째 피드백 때, 사소하고 작은 동작/정책이라는 생각과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넘어가지 않고, 다시 한번 기획안을 확인하고 분석했다면 혹은 공개적으로 해당 기능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면, 진작 해결하였을 오류였다.


나는 해당 기획을 수정하는 메시지를 슬랙에 남기며 다시 한번 개발자님께 죄송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전달하였고, 작지만 한없이 무겁게 다가왔던 이슈는 일단락 되었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다시 한번 몇가지의 소중한 규칙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첫 번째. 피드백에 대해서는 가능한 면밀하게 확인하며, 시간이 부족할 경우에는 결정을 늦추고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 기획과 결정, 피드백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태도를 가진다. 의도치 않았지만 구성원에 따라 다른 태도로 피드백을 접근한다면, 이는 공정과 신뢰에 대한 이슈로 직결될 수 있다.

세 번째. 가능한 모든 이슈는 퍼블릭하게 공개하며, 이를 통해 주변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를 통해 나 혼자만의 독단적인 결정이 되지 않고, 모두가 공감하는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한 주의 시간을 회고하며, 평소 나의 결정에 보내준 팀원들의 존중에 감사하게 된다. 동시에 최첨단으로 보이는 IT도 결국 사람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방향을 잡아가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가져야할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깩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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