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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r 31. 2020

코로나가 뭐라고

우리는 끝내 이 전쟁을 이겨내겠지.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어느 소방관은 말했다. “대구로 오게 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의 미소 뒤로 뜨거운 손길이 이어진다. 날마다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봉사자들, 완치되는 환자들. 희망이 생겼다. 추운 겨울날 꺼져가는 장작 더미에 작은 불씨가 살아난 것처럼. 매화가 피었고 봄이 왔다. 곧 모두의 마음에 새로운 정원이 생길까? 사람들은 꽃을 피워낼까?



하지만 전염병은 소망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미국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소식을 전한다. 지구를 뒤덮은 먹구름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하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사재기 파동이 일고 있는 지금. 어느덧 사망자는 3만 명이 넘었다. 코로나가 뭐길래.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온기를 나눌 수도, 마음을 모을 수도 없다. 단절이 시작된 것. 세상이 멈췄다.





갑자기 찾아온 고독을 글자로 달랜다. 하루는 옥천, 하루는 서울, 그러다 함부르크까지 닿은 나의 그리움. -잘 지내? 별일 없지?- 그들은 잘 지낸다고 말했다. 다만 손꼽아 기다려온 시험이 미뤄진 걸, 마음껏 봄을 누릴 수 없는 걸 한탄할 뿐이었다. 먼 곳의 소식을 궁금해하다 기약 없는 약속을 잡는 것. 어쩌면 단절이 아닌, 안부를 묻기 위한 일은 아닐까, 생각했다.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사랑에 머물고 있다. 창문을 열고 노래 부르는 이탈리아 시민들, 딸에게 반찬을 보내는 엄마, 서로의 틈에 마음을 채워 넣는 이들.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소박한 시간을 상상한다. 이를 테면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듣는 일, 운동장 벤치에서 떡볶이와 치킨을 먹는 일, 수영장에 나가는 일, 벚꽃 나무 아래 산책하는 일 같은.


그러니까 다시 힘을 내야지. 아침이 밝았고 봄이 왔으니까. 우리는 끝내 이 전쟁을 이겨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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