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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 Oct 22. 2020

꿈, 이상, 허울

"왜 굳이 돈이라는 걸 만들어서 가난한 사람과 힘든 사람을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14살의 재호는 할머니와 둘이 산다. 하나뿐인 손주를 위해 할머니는 오늘도 노쇠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다. 재호는 그런 할머니를 위해 보청기를 선물하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14살, 사춘기의 시기에 또래들과 다른 고민을 하는 재호. 어린 재호의 입에서 세상을 향한 원망이 쏟아졌다.


 언젠가 자본주의가 만드는 공허함에 주제넘게 청빈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다. 청빈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자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성숙한 소년의 모습이 생각나 이 모든 생각들이 배때기에 기름칠 가득한 스스로를 향한 기만이라고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배부른 기만자다.


 모두가 가난해야 할까. 아니다. 모두가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스스로 오만하다고 여겼다. 적어도 따뜻한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꿈꾸는 것조차 영원히 허락되지 않을 것 이다. 20대 초반에 나는 이상주의자였다. 자신감에 차서 학교 어느 곳에서든 주변 사람에게 일장연설을 퍼부었다. 연설에 감명받은 많은 지인들은 나를 치켜세워 주었다. 아! 이 얼마나 무례하고 무지했는가. 그 주어 담지 못할 말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내게 돌아와 너는 그렇게 살고 있냐고 양심을 쿡쿡 찌른다. 부끄러움은 세상 그 어떤 감정보다 크게 나를 지배했다. 나는 그러지 못하노라고, 나는 뱉은 말 하나 지키지 못하는 떠벌이일 뿐이라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쑥 올라오는 인간을 향한 연민이 값싼 동정인지 아니면 연민이라 취급하여 자신을 철학하는 인간으로 포장하고 싶은 건지 고민한다. 확실한 건 아직도 나는 꿈과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욕심과 꿈만큼은 순수하게 남겨두고 싶지만 이것 또한 순수함을 가장한 질 나쁜 자기기만일지도.  


무능력한 인간의 허울 좋은 꿈은

세상을 바꾸지도 못한 채

언제나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좋은 글, 책을 소개합니다.

조쉬(@underyaw)

다대포예술기지(@ddp.artba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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