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20 4개월 아기에게 느끼는 과거의 추억
아이를 키워본 육아선배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기는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쁘고, 세상에 나오고 나서는 잘 때가 가장 이쁘다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일테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은 요즘이다.
자고 있는 지구 모습을 보면 그리 예쁠 수가 없다. 특히 육아 업무(?) 중에는 정신 없어 보이지 않던 눈코입의 세세한 부분이라던가, 팔다리나 손발 세세한 부분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잘 보인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 하듯이 몇 달 전과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다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이젠 제법 소년 티가 나려 한단 말이지.
지구가 태어났을 때에는 몸무게 3.37kg에 키 50cm였는데, 130여일이 지난 지금은 몸무게가 8.3kg까지 늘었고 키도 아마 65cm정도는 되는 것 같다. 왜 원더윅스가 오는지 이해될 정도로 급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처음 지구를 안았을 때가 생각난다.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도 몰라서 얼음장처럼 굳어있는 상태에서 겨우 지구를 받쳐 들었을 때 느껴지던 작고 가벼운 무게감을 잊을 수 없다. 그땐 목도 못 가누고 손으로 내 옷을 잡지도 못할 시기여서 트림시킨다고 안아드는 것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렇게 작은 몸에 사람의 모든 기관들이 오밀조밀 들어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지금은 트림시키려 안아들면 허리도 꼿꼿이 세우고 목도 자유롭게 컨트롤한다. 악력이 세져서 내 옷을 한 번 움켜쥐면 떼어놓으려 해도 쉽지 않다. 분유는 얼마나 잘 먹는지 하루에 1천ml를 넘는 날이 예사다 보니 얼굴에 빵빵하게 살이 올라 포동포동하다. 내가 지구만할 때, 밤에 울 때마다 어머니께서 분유를 먹여서 자고 나면 다 쓴 젖병이 6~7개 나와 있었다 했는데 아마 지구가 이런 내 모습을 빼닮았나 보다.
4개월이라는 시간에 대해서도 크게 느껴진 건, 집에 우리 부부와 이미 성견인 또복이만 있을 때의 4개월은 계절만 하나 바뀌었다 뿐이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면, 지구가 온 후의 4개월은 정말 삶 자체가 달라질 정도의 기간이다. 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이리저리 쪼개어 볼 때에도 단면 단면의 변화가 참 크다.
시간은 이렇게 빠르고 다이나믹하게 지나가지만, 흐르는 시간이 달갑지만은 않다. 코 잠든 지구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옛날의 지구가 계속 그리워져 아기사진첩 앱을 켠다. D+1일부터 거의 매일 업로드해왔던 지구 사진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보니 정말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러면서 일종의 후회도 든다. 왜 그 당시에는 이 소중함을 몰랐을까? 알았다면 지구를 마주하는 매 순간을 더 깊이 담아뒀을텐데.
하지만 으레 그렇듯,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 지금의 지구도 몇 달 후의 나에게는 돌아가서 보고 싶은 모습일테니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더 담아두면 된다.
아내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옛날의 지구가 그립다고. 이렇게 F 커플은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지구를 보며 옛날의 지구를 추억한다. 나보다 더 F 성향이 강한 아내는 눈물까지 훔친다. 이해는 간다.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패션과 유행에 대한 그리움은 레트로의 형태로 다시 소비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더 특별하고 소중한 게 아닐까!
내일도 그리움을 줄이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빨리 잠에 들어야겠다. 아직 새벽수유라는 야근이 나에게 남아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