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쎄오 Feb 11. 2024

분리수면을 시작하다(D+150)

231103 더 넓은 곳에서 더 푹 자길


지구 생후 149일차에서 150일차로 넘어가는 밤, 처음으로 분리수면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요즘은 덩치도 부쩍 커지고 뒤집기, 되집기에 이어 배밀이까지 하게 되면서 슬슬 안방에 놓았던 원목 아기침대를 떠나 지구방에 마련해둔 큰 데이베드로 옮겨야 하지 않나 싶기는 했다. 때가 되면 자기 침대에서 뒤집었다 되집었다 하며 잔다고들 하는데 그 때가 언제가 될 지는 정확히 몰랐다.



다만 분리수면을 시작할 경우 혹시나 신체적 준비가 다 안되었는데 혼자 재웠다가 숨이 막히거나 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돌아가며 보초를 서는 부모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직까지는 괜찮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재워 온 것이었다.  



그런데 급격한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원래 밤잠을 잘 때 지구는 원목 아기침대에서 옆잠베개를 하고 쪽쪽이를 하고 자는 식이었는데, 어제는 유독 몸부림을 많이 치더니 쪽쪽이는 진작에 고리를 잡고 빼서 내팽개치고 옆잠베개를 한 채로 끊임없이 뒤집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집기엔 아기침대가 너무 작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십 분째 강성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결국 지구를 데이베드로 옮겨 재우기로 했는데, 본격적으로 몸부림이 거세지니 옆잠베개와 쪽쪽이는 오히려 수면의 방해물이었다. 결국 침대 위에 아무 것도 없도록 싹 정리하고 지구를 내려놓은 채 입면을 하길 기다렸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새로운 방, 새로운 침대에서 기존의 수면 메이트인 옆잠베개와 쪽쪽이도 없이 잠드는 것이 얼마나 어색했을까. 심지어 등센서도 한 가닥 하는 지구인데.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일단 울음이 사그라들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1분 1분이 걱정되니 홈캠을 설치해 두고 계속 지켜보았다. 15분 쯤 지났을까, 서서히 스스로 수딩하는 모습이 보여서 방에 들어갔더니 지구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자세는 종종 뒤척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엎어져서 자는 형태였다. 엎어 재운 것은 처음은 아니고 종종 낮잠의 경우 엎드려 잘 때 가슴이 허전하지 않아 더 잘 자는 경향이 있어 시도했었다. 그 때는 시시 때때로 지구가 괜찮을 지 지켜보곤 했는데, 지금은 그 떄보다 훨씬 더 자랐고 스스로 몸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엎드려 분리수면은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따로 지구 침대 옆에서 잠을 잤다.



안방의 아기침대에서 재울 때에는 지구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면 혹여나 깰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는데, 이번에는 지구가 뒤척이는 소리가 잠결에 들릴 때마다 안도감이 커졌던 것 같다. 어쨌든 잘 자고 있다는 뜻이니.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지구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았더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5시가 넘은 상황이었고, 지구는 엎어져서 숙면을 취한 것이었다. 심지어 아내가 쪽쪽이를 통해 수면을 연장하여 결국은 7시 가까이까지 잘 수 있었다. 첫 분리수면 시도 치고는 너무나 성공적인 수면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수면 방법, 즉 분리수면이나 함께 수면 등은 정말 집집마다 각양각색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사항이 6개월 이후에는 수면 방법이 고착화되기 때문에 분리수면은 가급적 6개월 전에 습관을 들여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도 기본적으로 분리수면이 옳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수면에 변화가 온 지금 시점에 시도하게 되었다.



120일에 맞춰서 되집기를 성공하더니, 150일에는 지구가 분리수면을 하고 있다. 어찌 이렇게 딱딱 맞춰서 잘 해주나 싶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물론 분리수면은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할테지만, 그럼에도 우리와 지구에게 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휴직 첫 달 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