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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Feb 09. 2024

육아휴직 첫 달 회고

231031 누가 육아휴직을 노는 것이라 했나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여느 업무를 시작할 때 으레 그렇듯이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이번 한 달이 그것이었다. 나는 나대로, 그리고 이직을 한 아내는 아내대로 새로운 라이프에 적응하느라 분투했다. 이 변화를 지구와 또복이도 아마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저찌 한 달동안 스프린트를 달렸으니, 이젠 회고를 할 시간이다. '육아휴직 여섯 달 중 첫 달이 지나간 지금 나는 기대했던 대로 지내고 있나? 혹시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이 있을까? 11월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등 떠오르는 여러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해보고자 한다.  








<좋은 점>


1. 지구의 빠른 성장 지켜보기 : 당장 아내가 첫 출근을 했던 10월 4일에 지구가 처음으로 되집기에 성공했다. 물론 나도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땅을 보고 있어야 할 지구가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걸 보고 놀라서 홈캠을 돌려 봤더니 몸을 획 비틀어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퇴근한 아내는 이 순간을 놓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뿐만 아니라 한창 급성장기다 보니 하루 하루 변화하는 지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2. 나 자신의 성장 : 지구가 생기기 전까지, 내가 이렇게 육아를 전담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혼자 자취할 때에는 만사가 귀찮아 청소도 잘 안 했던 내가 육아를 해 내면서 동시에 온갖 집안일도 척척 하고 있다니. 정말 환경이 사람을 바꾸고 있고, 그 변화는 아주 긍정적이기에 뿌듯함을 느낀다.


3. 출근 안 하기 : 육아휴직 후 입버릇처럼 '회사 나가는 게 훨씬 낫다'라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심리적 부담을 주던 회사일이 없어지니 한결 마음이 편안한 것은 맞다. 월요병도 없어지다 보니 지구가 잠든 저녁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예컨대 다음날 출근을 핑계로 미뤄오던 헬스를 육아휴직 후에는 꾸준히 하고 있다.





<어려운 점>


1. 진이 빠진다 : '녹초가 된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그리 잘 어울릴 줄이야. 육아의 본질은 아이와의 상호작용, 즉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니 저녁이 되면 마치 회사에서 하루종일 릴레이 미팅만 했을 때의 느낌처럼 진이 빠진다.   


2. 힘이 많이 쓰인다 : 등센서가 한창인 지구를 달래기 위해 안았다 업었다 엎었다 일으켰다 하는 무한루틴을 돌리다 보니 어느 날은 왼쪽 손목이 삐그덕거렸다. 파라핀에 파스 신공으로 급한 통증을 줄이고 손목보호대를 상시 착용하면서 나아졌는데, 아내였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라리 내가 휴직한 게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한 점>


애초에 기대랄 것 없이 지구가 큰 문제 없이 자라기만 하면 내 휴직 목표는 달성한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10월을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 스스로를 잘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굳이 세부적으로 꼽아 보자면, 사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지구를 위해 기존에 사놨지만 뜯지 않았던 장난감과 책들을 월령에 맞게 개시하고 당근을 통해 에듀테이블과 같은 새로운 장난감도 들였다는 것! (그러고 보니 영아다중도 구매했다..) 그리고 문화센터 수강신청 성공하여 12월부터 시작!




<개선할 점>


아내를 보며 많이 배우는 점 중 하나가, 동화를 읽어줄 때 책에 없는 다양한 표현들을 추가해서 재미있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구연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연기(?)를 스스로 어색해해서 적극적으로 못 했는데 그러다 보니 지구와의 소통이 다소 단조로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양한 페르소나에 빙의하여 연기하는 연습을 더 하려 하고, 지구가 율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동요를 들려줄 때에도 다양한 춤을 보여주려 한다.








11월은 더욱 다이나믹한 한 달이 될 것 같다. 본격적으로 추워질 테니 방한용품의 사용법을 익혀야 하고, 지구의 발달상태를 고려했을 때 곧 이유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은 이유식 공부를 미뤄왔던 터라 준비가 시급하다. 지금도 배밀이를 통해 곧잘 매트 위를 꼬물꼬물 움직이는데 곧 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베이비룸 설치도 필요하다.



지구를 데리고 다니니 내 이름보다 '아버님'이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이게 아빠의 무게인가 싶다. 그 무게를 양분 삼아 11월도 화이팅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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