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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Feb 14. 2024

5개월 초, 이유식을 시작하다

231127 초보 아빠가 설명하는 이유식 첫걸음


어느새 이유식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일반적으로 이유식 시작 시기는 만 6개월을 전후로 많이 이야기 하던데, 지구는 빠르게 크는 편이어서 조금씩 이유식을 시작해도 되겠다는 아내의 판단에 따라 159일부터 차근차근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했다.



이유식의 개념에 대해서도 책을 보며 새로이 익히게 되었는데, 기본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유식은 식재료를 찐 후 아이가 삼키기 쉽도록 갈아서 만든 음식이다. 처음에는 물의 양을 많이 넣어 묽은 질감이 나오도록 하는데, 쌀죽을 예로 들 때 쌀 양의 10배만큼 물을 넣어서 제조하면 10배죽이고, 아이가 적응할수록 배수를 낮춰가서 궁극적으로는 성인이 먹는 수준으로 맞춰가는 것이다. 또한 쌀죽과 함께 소고기, 각종 채소들을 순차적으로 곁들여 먹이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는데 하나씩 추가하면서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과일은 고기와 채소에 어느정도 적응한 후 준다고 한다.



이유식은 그때 그때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제조한 후 소분하여 냉장실과 냉동실에 보관한 후, 먹일 때 데워서 먹인다. 냉장실에 보관시에는 밀폐된 글라스락 같은 이유식 용기를 사용하고 3일 내로 먹이는 것을 권장한다. 냉동실에 보관시에는 일차적으로 실리콘 소분용기에 넣어 큐브 형태로 얼린 후 보관용기로 옮기며 2주 내로 먹이는 것을 권장한다.



이유식을 제조하는 데 있어 스팀으로 찌는 것과 잘게 가는 조리법이 필요한데, 별도로 해도 되지만 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시중에 이유식 제조기가 나온다. 베이비무브와 베이비브레짜가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명하기에 둘을 비교했는데, 아무래도 용량이 작아도 찌기와 갈기를 한 번에 알아서 해 주는 베이비브레짜가 더 편리할 것 같아 당근에서 구매했다.



그 동안 겨우 분유 수유에 적응했는데, 어느새 대망의 이유식 시기가 와서 숙제가 늘었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으나 아내의 태도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내는 그 어느 때보다 지구의 이유식 시작을 고대하고 있었다. 쌀죽을 만드는 것도, 고기와 채소를 한가득 구매해서 일일히 손질하고 제조해서 보관하는 작업도 아내에게는 숙제가 아니라 크나큰 기쁨이었다. 조그맣게 태어났던 아기가 어느새 커서 오물오물 음식을 삼키는 것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고 한다. 역시, 엄마의 사랑이란.








11월 12일에 첫 이유식 먹이는 날, 쌀죽을 한 스푼 떠서 먹였는데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 밖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은 본능에 새겨진 빨아서 먹는 단 한 가지였던 지구이기에 새로운 방식의 식사가 어색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속도도 차이났다. 빨면 200ml가 넘는 분유가 쭉쭉 빨려들어오다가 스푼으로 한 입 한 입 먹게 되니 얼마나 감질맛났을까?



그럼에도 유튜브에서 보던 아이들 대비해서는 아주 잘 먹는 지구였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지구도 조금씩 적응해 가더니 어느새 허겁지겁 숟가락에 달려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유식이 담겨 있던 글라스락을 잡고 통째로 먹으려고까지 했다. 이유식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여 걱정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되었다.



약 2주간 지구가 먹은 것들은 쌀+오트밀 죽, 소고기, 양배추, 청경채, 브로콜리, 감자, 단호박 등이고 알러지 테스트를 위해 밀가루도 첨가해 보았다. 아직 음식으로 인한 알러지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아빠 엄마가 워낙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 지구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고구마를 비롯하여 지구가 맛봐야 할 식재료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으니 잘 따라오리라 믿는다.



참 신기하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먹고 행동하는 것들이 모두 아주 어릴 때부터 긴 시간동안 쌓여온 교육과 경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족들을 비롯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여 도움을 주었을까? 사람들 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인간'을 되새기게 된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아 인간이 되었으니 나 또한 많은 것을 제공하면서 인간을 만드는 게 삶의 이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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