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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가 굴러가는 방법

주먹구구식 기업 운영의 문제점

by 김성열

기업은 효율적인 운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수인 조직이에요. 한탕 해먹고 없어질 떳다방이 아닌 바에야 그럴 수 밖에 없죠. 이를 위해서 기업들은 자원관리, 프로세스관리, 리스크관리, 의사결정, 협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업 활동을 높은 수준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죠.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와 통제를 위한 '구조화'를 통해 그런 활동들의 효율성을 강화해나가요. 그런 구조화의 결과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스템'이죠.


그렇다고 시스템이 필수는 아니에요. 시스템이 없어도 기업은 굴러갑니(디)다.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통제가 되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만 덜그럭 거리고 우당탕 대면서 굴러는 가죠. 보통 좋소기업이 그렇게 굴러갑니다. 좋소기업은 시스템이 없거나, 시스템을 입맛대로 쓰거나, 시스템을 배제합니다. 그러니 시스템이 비어있는만큼의 부조화가 소음을 만들 수 밖에 없겠죠. 그렇게 시스템 없이 굴러가는 모양새를 '주먹구구식 운영'이라고 해요.


주먹구구식 운영이라고 해서 시스템의 빈자리를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어요. 시스템의 빈자리를 뭔가가 채워야 해요. 직급체계가 없다고 해서 모든 직원을 사원으로 둘 수는 일이고. 급여체계가 없어도 직원들마다 급여 수준은 정해줘야 하는 거죠. 법을 어긴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는, 시스템을 배제한 그 빈자리조차 뭔가로 채워야 해요. 그리고 좋소에서 그 빈자리들의 대부분은 위계에 따른 권위와 권력이 작용하죠.


직급체계와 급여체계 없는 빈자리는 결정권자의 권위와 권력이 들어가서 메우죠. '이대리는 다음주부터 과장 달아', '김과장 연봉 5% 올려줘', '새로 온 그 친구 근로계약서에서 야근 수당 항목은 빼고 다시 사인 받아.' 이런 식으로 시스템이 통제해야 할 부분을 권위와 권력이 대신 하는 거예요. 까놓고 말하면 '권력자/결정권자의 마음'이에요. 물론 이런 방식도 기업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누가봐도 그것이 합당하고 효율적이라면 그렇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좋소기업 소리를 듣는 거죠.


특히 이런 방식은 시스템이 가진 '예측 가능성'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큰 문제를 낳아요. 승진 규정이 이렇고, 연봉협상의 룰이 요렇고, 상여지급의 규정은 저렇고 하면 직원들은 그에 맞는 기대를 하고, 업무 활동에 그 기대를 반영해요. 하지만 권력자의 마음에 따라 그것들이 좌지우지 된다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동등하고 균일한 수준의 예측이 어려워지겠죠. 그러다보니 권력자의 눈치를 보게 되요. 권력자의 마음에 나의 거취나 안위가 달렸으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죠.


급기야 그 권력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직장인으로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게 되요. 능력이나 성과 보다 권력자 마음에 들기 위해 아부나 아첨을 몸에 익히고, 경쟁자로 인식되는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이간질과 뒷담화에 집중하고,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서 영향력을 어필하고, 권력자에 가까와지기 위해 줄서기를 해요. (차마 이렇게 못하는 사람은 무기력에 빠져서 내부의 방관자가 되버려요.) 이런 상태에서 굴러가다보니 좋소기업에서 덜그럭, 우당탕 소리가 나지 않는 날을 드문 거죠.


좋소기업의 시스템 부재/오용/배제의 문제는 효율성의 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에요.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불러오는 효과가 좋소기업을 더 좋소기업답게 만들어버리죠. 그리고 그 틀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아주 튼튼하고 단단한 좋소기업으로 거듭나겠죠. 단번에 틀을 깰 수는 없어요. 기업운영도 관성이 있어서 갑자기 멈춰서기는 어려워요. 조금씩, 하나씩 바꾸고 개선해서 좋은 틀을 잡아가야해요.


그런 긍정의 첫걸음은 '아, 우리 회사는 좋소구나'하는 자기 인식에서부터 시작이 되어야겠죠. 당연히, 권위와 권력을 가진 높으신 분들로부터 냉정한 자기 인식이 시작되어야해요. 힘도 없고 빽도 없는 직원들끼리 좋소 타령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시스템을 대신해 결정을 하고 있는 높으신 당신들이 인식하지 않으면 평생 좋소에요. 지금이 좋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이게 편하면 계속 좋소에서 왕관을 쓴 원숭이로 사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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