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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열 Nov 30. 2022

직장 동료와 적당히 거리를 두는 방법

감정 에너지를 아끼는 거리두기의 기술

직장 동료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신 그 친밀한 관계가 가져오는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친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려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서로를 잘 알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때 부작용이 발생한다. 내가 드러낸 이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불청객이 바로 그 부작용이다. 그 불청객이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영역까지 침범하면 감정적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나오면 피로감은 더욱 커진다. 


친밀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 덕분에 더 피곤해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동료 직원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려는 직장인이 많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처음부터 차단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은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 마음과 어긋나게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사람과 거리를 두려면 어느 정도는 일관성이 있게 행동해야 한다. 상대에게 '당신은 내 동료 직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라는 눈치를 주는 것이 아니다. 나의 행동에서 이미 상대와의 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공감 최소화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거나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것은 섣부른 짓이다. 관계를 맺기 싫다는 심정을 잘 표현했을지는 몰라도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피할 수는 없다. 인사도 하고 대답도 해야 한다. 그럴듯한 농담을 하면 적당히 웃어주고 이야기를 하면 들어는 줘야 한다. 단, 공감의 반응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아야 한다. 공감만큼 친밀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없다. 공감을 얻은 상대방은 더 많은 공감을 요구하기 마련이고, 그 공감을 친밀한 정도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남을 험담하거나 평가하는 말이 나올 때, 그 자리를 피할 수가 없다면 그저 듣는 것에 그쳐야 한다. 절대로 공감의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 험담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같이 험담을 한다면 이미 한배를 탄 결사체와 다름없는 관계가 된다. 없는 사람에 대한 가십거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올지라도 말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다면 공감의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정중하고 건조한 말투

말투는 마음의 표정이다. 마음의 표정을 너무 친근하게 지으면 거리두기가 어렵다.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도 말투가 살가우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경계가 느슨한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물론 거리감을 두려는 티가 팍팍 나는 말투를 쓰는 건 좋지 않다. 경계선은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지만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괜한 노여움을 살 수도 있다.


건조하지만 말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정중한 말투를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 책잡힐 일 없이 적당한 거리두기가 가능해진다.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모티콘이나 이모지를 굳이 쓸 필요 없다. '~했어용', '알겠습니닷!' 같은 감정이 곁들여진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친근하다는 느낌을 주면 거리두기가 어려워진다.


개인 정보 공개 금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나의 신변에 관한 얘기를 꺼낼 때가 있다. 그렇게 사적 정보가 누출되면 관계에 있어 허들이 낮아진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도 될 수 있으면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주말에 어떤 영화를 봤는지, 휴가 때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제 친구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키우는 고양이의 이름이 뭔지 알려져 있다는 것은 사적 영역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는 거리두기가 어렵다. 사적인 이야기를 노출하지 않아야 관계를 공적 관계로 유지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꽁꽁 숨기기가 쉽지 않다면 친구공개 정도로 세팅하면 그만이다. 누군가가 친구추가를 요청한다면 모른 척 넘겨버려도 된다. 까인 것(?)을 알면서도 이유를 묻는 경우는 잘 없다. 왜 친구맺기를 해주지 않냐고 물어오는 눈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거리를 둘 필요가 있음을 스스로 보여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가 요즘 바빠서..." 정도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구차한 변명을 하는 게 겸연쩍긴 하지만, 원치 않는 관계맺기의 피로감보다는 낫다.


공적 루트를 이용한 대화

공적인 대화만 나눈다고 해서 공적인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의 형식이 무엇이었느냐도 관계의 친밀도에 영향을 준다. 될 수 있는 한 공적인 대화는 공적인 루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1대 1 카톡 대화보다는 사내 메일이나 사내 게시판 같은 것을 통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 친밀감을 낮춘다. 1대 1로 마주 앉은 대화보다는 배석자를 대동한 대화가, 호프집보다는 회의실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공적 관계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상대가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단호한 거절 대신 공손한 공적 제안을 해야 한다. "굳이 따로 만나서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보다는 "그 건은 제가 아직 의견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오전에 메일로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가 낫고 "과장님 하고 저 둘만요? 좀 불편한데요..." 보다는 "김대리님과도 함께 논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가 낫다.



동료 직원을 멀리하는 방법이라니 너무 각박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과 더도 말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 정도로 관계맺기를 하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또, 마음에 안 드는 동료와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도 많다. 그런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감정적 피로감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동료애를 품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서로 마음 상하지 않는 선에서 관계맺기가 된다면 문제 될 것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주고받는 감정의 무게에 따라 밀도가 정해진다.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내가 버틸 수 있는 감정의 무게 안에서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그 선을 넘어가면 관계가 주는 피로감에 오히려 힘들어진다. 관계에 있어 자신만의 적절한 경계선이나 허들을 갖는 것은 자신을 힘들게 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다. 사람 말고도 힘들고 머리 아픈 게 많은 직장살이다. 덜 피곤한 관계맺기 정도는 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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