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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의루시 May 13. 2022

아이의 편지

훌륭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아이에게

어버이날이라고 학교에서 편지와 꽃을 꾸며온 첫째.

‘훌용한’ 사람이 되겠다는 구절이 눈에 띈다.

한 번도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첫째 아이는 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예전 무슨 예능 프로그램에 이효리가 나와서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지나가는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출연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이경규 아저씨가 그 어린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했는데 그때 이효리가 말했다.


“뭐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그 당시 그 말이 어찌나 통쾌하던지.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벌써 주변의 기대를 체득한 것인지 아니면 입신양명이 인간의 본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나’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사는 어린이는 찾아보기 드물 것이다.

그래서 이미 어른이  나는   통쾌했을지 몰라도 아마  프로그램에 나왔던 어린이는 어리둥절했을 수도 있다.

이효리가 아이에게 했던 말은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어른들의 압박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가만히 둬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아이들은 자신만의 훌륭한 길을 찾아 잘 클 텐데 세상의 많은 어른들은 자신만의 훌륭한 사람의 정의를 아이에게 주입시키고 그런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결국 아이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책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첫째에게 부모로서 이효리처럼 말해줄 수는 없을 것 같고ㅎㅎ

한편으로는 살면서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힘겨울 때 이효리처럼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엄마인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언제나 본이를 응원해. 그치만 너무 애쓰지는 마. 본이는 이미 훌륭한 어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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