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선정하라면 '짜장면'과 '돈까스'다. 그중 돈까스는 서양음식 중에 단연으뜸이었다.
필자가 80년대 초등시절에 돈까스는 돈 있는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었다.
필자가 돈까스를 접하게 된 것이 90년대 초였으니 그 이전에는 남녀 간의 데이트나 큰 행사 및 상견례 자리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일본 문화가 개방이 되고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되기 시작한 1989년이되면서 우리에게도 서양의 대표적인 음식인 돈까스가 보편화되기 시작하였고 90년대를 거쳐 일본식 돈까스를 비롯해 한국식 돈까스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당시 돈까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양식 돈까스' 즉 '옛날식 돈까스'다.
옛날식 돈까스 즉 경양식 돈까스를 찾기 위해 근무하고 있는 인근의 식당을 검색하니 바로 이곳 '오양 민돈까스(상일점)'가 검색이 되었으며 고덕 그라시움 상가에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대기는 하지 않았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해야 하며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면 셀프로 가져와야 한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는 직원이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었는데 인건비 및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직원들 고용이 어렵게 되니 손님이 직접 셀프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참고로 동남아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은 셀프보다는 직원들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들도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처럼 셀프 이용이 대세가 될 것을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식당 안의 테이블 구성은 윈도우 방면으로 4인 테이블 6-7개 정도 배치, 주방 쪽으로 혼밥을 할 수 있도록 스탠딩 형식의 1인석으로 구성이 되었다.
- 메뉴
우리는 키오스크에서 '수제 돈까스'를 주문하였고 벽에 붙어 있는 메뉴를 살펴보았다.
- 메 뉴 -
1. 치즈 돈까스 - 12,000원
2. 수제 돈까스, 튀김 가락국수 - 10,000원
3. 모일 소바. 오므라이스 - 9,000원
4. 비빔국수, 가락국수 - 8,000원
5. 소바 정식 - 13,000원
6. 비빔국수 정식, 가락국수 정식 - 12,500원
7. 추가 돈까스 - 5,000원
8. 음료, 사이다, 콜라 - 2,000원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잠시 밖을 바라보니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돈까스'가 생각이 났다.
당시 우리 가족은 교회를 대전으로 다녔는데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옥천에 있는 '돈까스'맛집에 항상 들려서 먹고 집으로 향했는데 상호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경양식 돈까스' 식당이었다.
그때는 '돈가스'를 주문하면 스프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후식으로 요구루트였다. 요즘은 이러한 방식의 '경양식 돈까스'가 드물지만 그때는 그런 식당들이 대부분이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반찬을 셀프로 가져왔는데 김치, 단무지, 하얀 무 이렇게 구성이 되었다.
오양민 돈까스의 대표 메뉴인 수제 돈까스가 등장을 하였고 얇은 패티 2장에 소스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두꺼운 돈까스보다는 얇은 돈까스를 선호하는데 고기 위에 덮인 바삭한 튀김 가루가 조화를 이뤄 그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가 두툼해도 맛있는 돈까스가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맛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돈까스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탈리아 요리인 '코틀레타'가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전해져 '커틀릿'으로 유행하였고 이들 튀김 음식이 당시 서양에 개항하여 활발하게 교류한 일본을 거쳐 조선에 들어오게 되면서 '경양식 돈까스'로 발전이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를 지나 오늘날의 다양한 돈까스들이 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일본 정통 돈까스도 좋아하지만 특별한 날에는 '오양 민 돈까스'츠럼 '경양식 돈까스'를 섭취한다.
이제 섭취할 시간이 왔다. 맛을 보았는데 바삭바삭하면서 고기의 씹히는 촉감이 입에 쏙 달라붙는 느낌이었고 튀김 가루가 살아 있어 과거에 섭취했던 경양식 돈까스의 맛이었다. 물론 그때 처음으로 접했던 맛보다는 지금 성인이 된 시점에서는 다른 맛으로 느껴졌지만 최근에 섭취하였던 돈까스 중에는 단연 으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돈가스가 다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