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울릉도 전국 마라톤 대회 풀코스 완주 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뭔가 짜릿한 마라톤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내 눈 앞에 나타난 제3회 서평(서울에서 평양까지)울트라 마라톤. 대회일은 8월 3일 ~ 4일.
고민
대회일까지는 2개월 남짓 남은 시점, 고민이 많았다. 제일 더운 8월초에 100km를 달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고 도전 그자체였다.
대회일이 가까워질수록 조바심과 걱정이 함께 밀려오기 시작하였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장거리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행히 울릉도 전국마라톤대회에서 만난 형님도 출전 한다고 하여 뒤늦게 참가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대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선배 경험자분들에게 조언도 듣고 유튜브도 보면서 참고를 하였으며 필요한 물품도 구비를 하였다.
대회 준비물과 티셔츠에 새겨진 지인들의 응원글
대회 당일 - 임진각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회일 아침을 맞이하였다. 정오의 온도를 체크해보니 30도가 넘어 걱정도 되었지만 칼을 뽑았으니 무우는 썰어야 된다는 심정으로 걱정반 설레임반을 동반한채 경의선 열차에 탑승을 하였다. 집에서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나 문산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대회장이 있는 임진강역에 내리니 계란 후라이가 될 것 같았다.
"오후 4시인데 왜 이렇게 더운거야, 잘 할 수 있을까?, 일단왔으니 신나게 달려보자."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포기를 하더라도 시도는 해보고 포기하자는 신념으로.
택시에서 내려 주차장을 가로 질러 출발지인 임진각 평화의 종으로 이동하였다. 대회장에는 뜨거운 열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축제의 분위기였다. 그렇다 보니 폭염이라는 생각도 내 머리 속에서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정말 이곳에 모인 선수들 대단 하구나. 이분들과 함께라면 나도 완주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 CP(10km) - 자유로옆 폐업 주유소
출발 신호가 울리자 난 폭염과 같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같이 참가한 형님과 풀코스까지 km당 8분대로 목표를 잡았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동반한채 서로 이끌어 주면서 달리다 보니 1차 CP까지 무사히 도착을 하였지만 정말 죽을만큼 더웠고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오후 5시의 날씨가 사람을 잡을듯 기세가 당당했다.
km당 8분대 목표를 잡고 1차 CP 지점인 자유로 옆 폐업 주유소에 도착 하니 1시간 27분 소요. 1차 CP에서 충분하게 물과 간식, 포도당을 섭취 한 뒤 10분 정도 걷고 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2차 CP까지 무사히 달려야 하는 걱정을 앞세운체.
1차 CP를 지나면서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해질 무렵의 더위는 사그라 들지 않았으며 쉽게 누그러질 기온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하프 지점인 2차 CP까지는 올듯 안올듯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야 그남아 달리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텐데.
"도대체 어둠은 언제 오는 거야." 푸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오기 시작 하는 가운데 거의 3시간만에 2차 CP에 도달 하였다.
같이 참여한 지인 형님과 함께 (2차 CP 새오리 음식점 앞 주차장)
2차 CP에 도달하니 몸이 적응이 되기 시작하였다.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고 아이스박스에 있는 얼음물로 흐르는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부족한 영양분을 섭취 하고 나니 힘이 났다. 이제 풀코스까지는 쉽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1/5 지점까지 무사히 통과 하였으니 풀코스까지만 잘 가보자.)
이후 풀코스까지 자유로옆의 시골길을 달리면서 자유로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를 보니 나도 힘을 내어 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난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면서 폭염과 싸우면서 때로는 걷기도 하고 달리기를 반복 하면서 앞만 보고 나아갔다.
그러나 발을 떼면 뗄수록 여러가지 생각이 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봄, 가을에 풀코스를 해본적은 있지만 한여름에 풀코스까지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잘 할 수 있겠지".
이후 형님과 서로 이끌어 주면서 풀코스 지점까지 무사히 도달하니 안심이 되었다. 이후 달리면서 수도가 보이면 흐르는 열기를 식히고 세수도 하면서 몸의 온도를 낮추면서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달렸지만 지나고 나면 다시 땀이 비오듯 흐르면서 입으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분간히 되지 않았다. 이후 5CP까지 가는 과정에서 바라본 한강은 파주를 지나 고양시 한강인데 이곳에는 독특한 풍경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철책과 옛 초소들이었다. 이후 한강변 철책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면서 길을 잃었는데 다행히 뒤에 따라 오는 분이 길을 알고 계셔서 많이 헤메지 않고 제한시간 8시간내에 5CP까지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5CP (50KM) - 제2 자유로 행주교 아래
2차 목표인 50km 지점에 도달 하니 주최측에서 마련한 북어국밥과 함께 음료와 물도 충분히 섭취 하였으며 휴식도 충분히 하였다. 처음에 이 곳까지 어떻게 오나 걱정이 많았는데 무사히 올 수 있어 다행이다. 휴식 하면서 1CP ~ 5CP까지 오는 과정을 그려 보았는데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던 것 같다. 큰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폭염에 쓰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충분한 영양공급을 하니 다음 목표인 6CP까지 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사실 이곳에서 집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지만 절반을 와버린 상황에서 포기 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들어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이제 절반을 왔으니 절반만 가면 된다.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은 시점이었고, 완주지점인 응봉체육공원까지는 9시간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체력을 잘 분배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형님과 함께 서로 이끌어 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행주교 부터는 거의 평지이다보니 달리는 것이 부담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숙면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달리는 것 자체가 힘든 과정이었다. 그래다 이 시간에 포기하면 갈곳도 없었다. 무조건 달리거나 걸어야 하는 상황밖에 남지 않은 과정에서 60km지점인 6cp에 도달하였다.
6CP (60km) - 성산대교
성산대교에 도착하니 한강변에 젊은 커플들이 한여름밤의 열기를 식히려고 모여 있었다. 이 밤에 한강변을 달려 본적이 없으니 이러한 풍경은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포도당 및 근육 경련제도 복용 하였다. 또한 이때 부터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결국 훈련양이 부족하니 이러한 증세까지 동반하게 되었고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한강변을 달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6CP 성산대교 아래 이제 40km만 달리면 완주지점이지만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손과 팔이 통통하게 부었다. 운동 부족일까? 아니면 기온 차이로 인한 압력때문이었을까? 원인은 모르겠지만 몸에 변화가 일어났고 눈에서는 눈꼽이 발생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추측해보았는데 60km까지 달려오면서 수돗물에서 물을 적시고 미세먼지가 눈에 들어온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채 눈을 비비면서 힘들게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바라본 한강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몇 몇 선수들은 의자에서 휴식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도 쉬고 싶었지만 쉬게 되면 그만큼 힘들어질것이 눈에 보여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달리는 내내 팔과 손이 통통 부어 마사지를 해야 그남아 괜찮아졌던 것 같다. 그리고 저 멀리 7CP인 동작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7KM (70km) - 동작대교
7cp에 도착한 뒤 간식과 물을 충분히 섭취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지만 다리가 내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걸을정도는 아니었다. 30km만 가면 끝이 보였지만 3시간 후 다가올 폭염은 또 다른 힘든 여정임을 시사했다.
7CP 동작대교 아래 7cp지점은 정확히 71.80km였다. 이곳에서 약 1km 이동 하면 잠수교가 나오는데 그곳을 넘어 한강 남쪽시민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동작대교를 지나 어느덧 잠수교에 들어왔다. 잠수교를 자동차로 여러번 건너본 경험은 있지만 새벽에 달리면서 건너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수교에서) 그리고 평온한 잠수교를 바라보면서 광진교 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를 지나 탄천합수부에 도착하니 9cp
(90km)지점. 이때 당이 떨어져 거의 쓰러질뻔 하였는데 이곳에서 떡과 과일, 물을 충분히 섭취한 뒤 다시 힘을 내었지만 달릴수는 없었고 이때 부터 남은거리는 10km, 남은 시간 2시간 30분, 달리지 않고 걸어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리고 뜨거운 폭염과 함께 달리다가 힘들면 걷기를 반복 하였고 잠실대교 남단, 올림픽대교 남단, 천호대교 남단을 지나 광진교를 건너서 다시 천호대교 북단 아래, 올림픽대교 북단 아래, 잠실 철교 북단 아래를 지나 청담대교 북단 아래 뚝섬 유원지역에서 같이 출전한 형님과 함께 편의점에 들려 아이스커피를 구매한 뒤 이때 부터는 완주지점까지 걸었다. (이때 온도는 30도를 넘었다.)
완주 (100km) - 응봉체육공원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청담대교 북단 아래를 지나고 영동대교 아래를 통과 한 후 중랑천으로 들어가서 응봉체육공원에 도착 하니 16시간 47분이 소요 되었고 100km를 포기하지 않고 완주 한 것에 눈물이 날만큼 기뻣지만 공허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앉기도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프면서 몸에 힘도 없었고 발바닥에는 영광의 상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점심식사는 소고기 국밥이 있었는데 너무 더웠던 탓인지 밥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플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섭취.
이렇게 하여 나의 첫번째 울트라 마라톤은 아무러 사고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큰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달리면서 많은 생각들을 내게 던져준 울트라 마라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여름이 아닌 봄이나 가을에 도전을 하고 싶다. 그리고 체력도 충분히 만들고,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서평울트라마라톤 주로는 거의 평지라 좋았지만 뜨거운 한여름인점을 감안 한다면 그리 좋지 않은 계절에 달렸으니 폭염 울트라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