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력 있는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회사가 개발자로서 전문성을 키우고, 일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좋은 회사라고 믿는다. 능력 있는 팀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환경은 긍정적이고 즐거운 작업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업무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실제로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아름답지 않다. 기획자는 기획이 아닌 일로 항상 바쁘고, 디자이너는 일정을 지키지 않는다. 개발자들도 마감을 언제든 미룰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어떤 개발자는 차라리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서 동료들의 아쉬운 모습이 보일 때마다 "아… 이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 이상과 먼 현재 상황에 실망이 커졌다. 겉으로 티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는 형편없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속으로는 현실이 내가 원하는 직장 환경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괴로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환경이 가혹할수록 자기 객관화는 어려워진다. 나는 회사를 떠나 이력서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복기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서 이걸 했으면 좋았는데", "이건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들과 함께 나도 많이 부족했구나 싶었다.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후회들이 드는 걸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돈이 없어서 졌다.
과외를 못해서 대학을 못 갔다.
몸이 아파서 졌다.
모두가 같은 환경일 수 없고 각자 가진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데 핑계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집니다. 우리는 오서환 단장한테 진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어진 상황한테 진 겁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 가능성을 놓치고 있었다. 앞으로도 내가 처할 환경은 완벽하지 않을 것을 생각해 보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이 일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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