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벌 산책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느껴지는 공허감, 허기.
너무 많은 말을 했나?
나의 말은 방향성을 잃지 않았나?
혹 독소를 품고 있지 않았나?
독주하지 않았나?
가만히 돌아와 차 안에서 심호흡을 하며
물 한 모금을 머금는다.
휴~~~~~
긴 호흡을 내뱉은 다음,
부스럭 주전부리를 찾아
마르고 쓴 입안에 넣기.
내 빈자리를 채웠던 더위를 에어컨으로 날리며
그렇게 잠시 휴식.
'돌아가는 길엔 흐르는 물을 만나고 싶다'
그렇게 이미 너무 많은 말로 말라버린 입을 닫고
나는 차를 달렸다.
흐르는 물이 보이고
조금 더 다가가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일정한 리듬이 음악처럼 나를 미소 짓게 한다.
ㅎㅎㅎ 좋구나.
차를 멈추고 스치며 담고 싶었던 그들을 담는다.
예쁘다. 참 예쁘다.
자세히 보니 예쁘고 또 사랑스럽구나.
그들을 담는 내 눈도 지금만큼은 보배다.^^
브래드 피트의 [흐르는 강물처럼]이 스친다.
내겐 강물을 향해 던질 낚싯줄은 없지만
강물에 풍덩 빠져버린 내 마음을 던진다.
우와~~ 이 시원함은...
멍하니 풍경에 빠진 내 앞에 홀연 나타난 아기 고라니~~
반가운 마음에 순간포착을 하려 했으나 풀숲만 보이네.ㅎ
어린왕자의 보아구렁이를 떠올리며 올려본다.
고라니를 품고 있는 풀숲~~^^
열정을 사르고 나면
그만큼의 휴식이 필요하다.
노루벌을 걸으며 만난 풍경이 고맙다.
코스모스, 강아지풀, 익모초, 슈크렁, 맥문동
그리고 고라니...
그들의 이름을 되뇐다.
나를 불렀던 흐르는 강물~~~
그 평온을 담아 다음에 만나는 이들에게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