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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10. 2023

고양이와 함께 커피 한잔

김해책여행 11

#냉장서고 맞은편에는 카페가 있다. 이 낙원과 같은 정원에 접해 있는 가게다. 커피 전문가에 속하는 서점지기가 맛있다고 유난을 떨어서 마셔보았는데, 역시 괜찮았다. 실내 매장은 없고 테이크아웃(투고)만 하는데 정원이 사실상 매장이다. 원두나 드립백을 살 수도 있고 바리스타 강의도 한다고 한다.


아, 그리고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서 놓쳤는데, 원래 이 정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원래 파란 원피스를 입은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햇살에 고양이에 수목과 과일나무로 가득찬 정원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그 자리에 앉아 누군가 책을 읽고 있는 장면. 비현실적이었던 그 장면의 주인공이 카페 사장님이었다. 커피를 찾자 책을 읽던 독자는 갑자기 바리스타로 돌변하며 향기로운 아메리카노를 가져왔다.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서점지기는 차가운 아메리카노.


상호 | 릴리로스터스 @lily_roasters
위치 | 김해시 봉황대길 46
특징 | #고양이낙원 #원두맛집 #김해카페


커피를 마신 후에도 비현실적인 장면은 계속 되었다. 고양이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주위를 돌아다닌다. 평화로워 보인다. 거침없이하이킥 같은 시트콤에 나올만한 구성이다. 작가가 서점을 운영하는데 맞은편 카페사장이 햇살을 받아가며 책을 읽고, 고양이 세마리가 주변에 뒹굴뒹굴. 손님이 책 보러 와서 커피를 마시고, 고양이가 서점 책장에 올라가면 서점지기가 헐래벌떡  쫓아가서 사정사정하며 고양이가 내려오길 바라는 이 장면.


이 장면을 보면서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다.



정원에 서점과 카페만 있는 건 아니다. 바깥(봉리단길)에서 들어올 수 있는 가게들이 있다. 일본식 덮밥을 파는 단조, 메뉴가 매일 바뀌는 하라식당, 꽃집 오블리플라워도 있다. 길을 걸으며 꽃집이 너무 이쁘다고 감탄했었는데 바로 여기였다. 음식을 여기 정원에서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어느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볼 수 없는 고양이낙원뷰 식당이다.


나무와 풀이 가득한 정원인데, 신기한 건 과일도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은 복숭아가 잘 익은 상태였다. 누구나 따먹어도 된다고 한다. 포도와 감도 열리고 있는 중이다. 포도는 여름, 감은 가을이 제철이다.


왜 이런 초현실적인 공간이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걸까. 왜 이런 낙원에 사람이 별로 없는 걸까. 내가 김해에 거주한다면 매주 찾아올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공간이 있어도 유동인구가 적으니, 특히 젊은 사람이 적으니 여기는 한가하다. 젊은 사람은 다 서울로 간다. 대학과 일자리 때문이다. 일자리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업을 통째로 옮기면 기존에 수도권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주거도 흔들린다. 그런데 대학 문제는 정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현상황을 유지하거나 더 심화하는 정책만 추진하니 답답하다. 서울 명문대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지방의 고등학교에 장려금을 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숙사를 지어서 시험 잘 보는 학생들을 어떻게든 서울로 보내려고 아둥바둥 발버둥을 치고 있다.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지방 소멸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도 그렇다.


게다가 시선은 더 안 좋다. 서울에 가지 않고 남은 젊은 사람들을 낙오자로 보는 문화가 있다. 문장 조금 더 잘 외고 문제 조금 더 잘 풀고 수능 점수 조금 더 높게 나오는 능력으로, 지방이 지방 사람을 차별해버리는 거다. 서울은 익명에 기댈 수라도 있지, 지방의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낙오자라는 낙인은 더 잔인하다.


고양이가 뛰어노는 정원에 떨어진 낙과를 본다. 잘 익은 , 너무 익은 복숭아를 보며 잠시 떨어진 친구, 남겨진 친구들을 떠올린다.


잠깐 비가 왔다. 큰 비는 아니다.  서점으로 자리를 피했다가 다시 나왔다. 이제 햇빛도 그리 강하지 않으니 이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



이렇게 좋은 공간을 놔두고 왜 뜨개질공방 사장님은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갔을까. 생각해보니 행복 후에 찾아오는 건 권태다. 고양이에 둘러싸인 낙원도 오래 있다보면 권태로울 수 있다. 어쩌면 천국은 권태로워서 조금 있다 보면 지루해지고, 다시 태어나고 싶어질 지 모르겠다.


제목 | #쇼펜하우어 인생론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모든 욕망이 충족된 천국에서는 권태로 인해 고통에 시달릴 것이고, 지옥에서는 온갖 결핍으로 인해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요즘김해_지금여행 #김해관광 #김해한달여행지원 @gimhea_tour #봉리단길 #김해여행 #김해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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