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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워리살롱 Dec 10. 2019

엄마 돼지들이 많이 죽었대요.

고깃집 주인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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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기온이 뚝 떨어져서 그런가. 저녁 10시 반쯤 검은색 점퍼와 츄리닝 바지를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고깃집을 하는데 손님이 없어서 일찍 문 닫고 오는 길이랬다. 자영업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7년째다. 카페-빵집-다시 카페-술집-돼지고깃집-소고깃집. 손가락을 굽히며 따져보더니 이게 여섯 번째 가게라고 했다. 성대 신방과를 졸업했는데 형편이 어려워 바로 가게를 냈다.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맘 같지 않더라. 실패를 반복하다 강남에 차린 고깃집이 반응이 좋아 다행이었다. 그동안 은행에서 빌려 쓴 돈을 갚기 위해 매달 1300만원을 은행에 내고 아내에게 200만원을 가져다준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죽어도 매출이 떨어지면 안 된다. 혹시 돼지열병이라도 발생했을까봐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무섭다고 했다. 그가 연필을 꺼내 요즘 하고 있는 걱정거리를 쪽지에 적었다.




"아프리카 열병 때문에 엄마돼지들이 많이 죽었대요. 내년에 돼지고기 가격이 엄청 오를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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