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녀는 그가 떠난 후 일상으로 돌아와서 너무 힘들었어. 지난 9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대. 게다가 그는 그녀가 베푼 배려와 헌신으로 쌓은 영어, 인간관계, 재무관리 등의 방법을 잘 활용하여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었어. 그런데 그녀는 아이는 예뻤지만 일상에서 자신의 삶은 없었거든. 아이가 잠들면 몰아치는 집안일까지 하다 보니 정말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대. 왜 잘못은 그가 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 힘들까. 생각할수록 너무 힘들고 지치기만 했대. 그때 그녀의 선배가 “지난 건 지나간 거고, 네가 이렇게 예쁜데 그런 것도 모르고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살래?”라며 충고를 해주었어.
저는 몇 번 그를 붙잡다가 또 그만두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연락하면 신고한다는 문자를 끝으로 도망간 그를 찾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화는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내 안은 화와 억울함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먼저 이혼을 했던 선배가 찾아와서 저에게 현실적인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널 놓아준 게 얼마나 감사하니.”, “그 사람이 너의 마음속의 약점을 알았기 때문에 파고들 수 있었던 거야.”하면서 마지막으로 선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선배는 지금까지도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지게 사는 사람입니다. 선배 역시 사랑을 꿈꿨으나 아내가 아니라 엄마가 되었고 이혼하고 지금까지 두 남매를 멋지게 키워내고 있는 커리어우먼이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 사업을 하며 자신을 키워간 사람입니다. 하지만 선배는 자기에게는 돈을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마음에 드는 코트를 발견했고 고가의 코트 앞에서 몇 번을 고민하다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물론 선배가 그 코트를 못 살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무슨 마음에서인지 살 수가 없었답니다. 그 말을 듣고 동생도 선배의 남자 친구도 그 코드를 사 입으라며 선배에게 현물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코트를 사러 갔을 땐 그 제품을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몇 달 후 보풀이 잔뜩 올라온 옷을 입고 있던 날, 자신이 가장 한심하게 보던 사람이 그 코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심각하게 생각했답니다. 저 사람도 자신을 꾸미고 아끼는데 나는 왜 그럴까를요. 나에게 투자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가고 싶던 공연도 가고 힘들게 사는 나를 위해 선물도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안 입고 안 먹어서 그에게 베푸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또 타인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것으로 만족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10만 원짜리 청바지 하나 산 적이 없더라고요. 저는 제 물건은 사지 않았지만 돈을 아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쇼핑으로 풀었습니다. 인터넷 쇼핑, 홈쇼핑에서 쓸 수 없는 많은 양의 물건을 구매해 뜯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카드를 긁는 행복 그리고 허무. 그 삶에 너무 익숙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선배를 만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나를 위해 쓴 돈이 얼마나 있을까? 저는 대학 등록금이 저에게 쓴 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애 오답노트
1. 이 관계 속에 나는 행복한가?
2.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3.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교에 있으면 자녀를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모님이 많으십니다. 자녀가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말이죠. 그 노력이면 부모님이 명문대를 가시는 게 빠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제가 꼭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가 마술사로 성공하라고 영어를 배우길 권하고, 옷차림도 신경 쓰고, 따로 마술과 관련된 교육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를 위해 투자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별 후 ‘내가 그에게 어떻게 했는데.. 나에게 이럴 수 있어..’라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 ‘나’는 없었기 때문에 제가 더 힘들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야 알았습니다. 그가 성공하면 좋았겠죠.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공부하라고 다그치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는 그 잔소리가 싫었을 것입니다. 반면, 저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 주어도 빈둥거리는 그가 철없어 보였습니다. 둘은 서로의 가치를 다른 곳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니 제자리에 머물거나 더 뒤로 갈 수밖에 없었고 서로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았겠지요.
저를 관찰하고 예전의 저를 찾아 나서고 나니 몇 가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바른 생각에 감탄하고 또 존경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보람과 만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의 생각을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경치가 좋은 카페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인정받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저는 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선, 저는 일상에서 사랑을 받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칭찬을 하면 예전 같으면 “아니에요~ 과찬이세요.”라고 말했다면 점점 “그렇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면 그 행위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괜찮습니다.”라고 거절을 하거나 호의를 바로 다른 물질로 또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 또한 그 호의가 그 사람의 즐거움과 보람이라고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삶을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특히 남에게 인정보다 나에게 인정받으려고 매일 저녁 거울 앞에 섰습니다. “오늘도 고생했어. 참 잘 살았다. 괜찮아. 누구보다 사랑해.” 부끄러운 고백이었지만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받고 아이와 저의 행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부모님께서 아이를 많이 보아주셨습니다. 또 보육시설을 잘 이용하여 삶의 무게를 좀 나눠지는 것에 죄책감을 내려놓았습니다. 다만 함께 있는 시간이 질적으로 높은 시간이 되기 위해 아이의 양육, 교육과 관련된 부분의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조차 저에게는 힐링이 되었습니다. 답답한 부분을 해소되면서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낮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별은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잘못해서 생긴 일도 아니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해에 더는 숨길 수 없어서 폭발한 사건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더 늦게 알았다고 이 일이 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나에게 투자해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1. 이별(이혼)을 했다고 주눅 들지 말기
2.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조정해서 꼭 해보기
3. 가치관이 같은 사람을 만나 꼭 다시 사랑하기
4. 나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응원해 주기
5. 매일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기
결국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