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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미 May 09. 2022

내가 듣고 싶은 말 이거였네

고마운 글과 고마운 마음을 세트로 받아 버렸다

오늘은 어떤 카페에서 우연히 받아 든 글을 보고 울었다








사랑하는 친구가 나를 어떤 카페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네가 좋아할 거야. 친구의 말을 믿고 몇 분 걸었다. 원목으로 차분하게 꾸민 2층짜리 카페에 당도했다. 빌라에 둘러싸여 있는 카페가 꼭 섬 같기도 하고, 보물섬 같기도 하고 그랬다.



(다음에는 사진 좀 찍으면서 돌아다녀야지..)



입구에는 글귀가 새겨진 팻말이 있었다. 멈춰 서서 열심히 받아먹는 마음으로 글귀를 다 읽고 카페에 들어갔다. 어쩌다 만난 글 중에는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글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지나가야 앞으로 펼쳐질 세계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전시 보러 갔을 때 소갯말을 읽는 그런 느낌.  


혹시 내 글을 읽어줄 누군가에게도 보여드리고 싶다. 내가 열심히 챙겨 먹은 글은 이런 글이었다.



"정말로 명상적인 사람은 장난스럽다. 그에게 있어 삶은 재미이다. 그에게 삶은 하나의 놀이이다. 그는 삶을 엄청나게 즐긴다. 그는 심각하지 않다. 그는 이완되어 있다." - Osho




카페 이곳저곳에 시선을 주다가 티와 밀크티를 주문했다. 점원 분께서는 이곳(카페)이 어떤 글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설명해주시면서 아크릴통 안에 있는 카드를 뽑아보라고 하셨다. 초록색, 갈색 카드가 뒤엉켜있는 통이 꼭 선물 추첨할 때 쓰는 뽑기 같았다. 오호라 선물이로다. 첫눈에 들어온 초록색 카드를 뽑아 들어 뒤집었다. 카드 뒷면에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언뜻 제대로 만났구나 실감했다. 자리에 앉아 글을 찬찬히 다시 읽고 친구가 뽑은 카드도 읽어보던 그때,

글쎄 눈물이 나버렸다.





처음에는 좀 울컥하는 정도였는데 옆에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심이 돼서 눈물을 마구 허용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여기서 조금 무너져도 기댈 곳은 있으니까 조금 울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거다.


다시 한번 읽어도 글이 참 고맙다.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힘들었을까."




여기, 마음이 조급한 한 사회초년생이 있다. 그는 원래 준비하던 시험을 미련 없이 때려치우고 꽤나 그럴싸한 회사에 들어갔다. 그 회사에서 버거운 상사를 만났고, 어찌 된 일인지 사수까지 없어서 땅을 파며 일을 배우는 중이다. 그 와중에 사수가 없는 만큼 1인분+알파의 일을 하느라 야근 혹은 주말 근무를 꾸준히 하고 있다(올해의 교훈: 성실하면 야근을 한다). 월급은 작고 소중하다. 이곳에 계속 있는 것이 맞나, 진지한 고민을 한 지 어언 10개월째. 이러다가 이곳에 파묻혀 죽을까 봐 걱정하며 각종 취업 사이트를 매일 같이 열어본다. 미래를 도모하고 싶지만 미래를 도모하려고 마음먹으면 어느새 퇴근하고도 야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제대로 늪에 빠져버린 것 같다.


SOS를 쳐야 하나?


사회초년생은 얼른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산처럼 산적한 고마움을 물질로 표현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노력을 해도 해도 내년에도 또 노력을 해야 하는 노력개미지옥 같은 세상에서 가끔은 탈출하고 싶다. 혹은 노력을 하는 만큼 돌아오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 "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자꾸 들리는 곳으로 가고 싶다. 잘하고 싶어 열심인 마음이 누적된 피로감에 걸려 넘어져도 계속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용기가 자동 충전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눈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압사당할 만큼 쌓인 마음들이 너무 눌려서 액체가 되고 그 액체가 눈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한 명의 사람 안에 건재하는 아픈 마음들은 그 안에 덜 아프거나 안 아픈 마음까지 할퀴고는 한다. 아픈 마음이 안 아픈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먼저 부지런히 눈물로 빠져나왔는지도 모른다.


사회초년생은 와르르 쏟아지는 눈물에 조금 당황했고 많이 시원했다. 우매한 마음인 줄 알면서도 내내 그것에 휘둘리고 매몰되어버리는 나를 안전한 상태에서 잘 고발한 것 같았다. 안전하게 SOS를 잘 친 것 같았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만히 앉아 아무 말 안 하는 순간에도 빠짐없이 평안했다. 시원하게 눈물로 마음을 환기한 뒤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 중에서 운 사람은 절대 없는 것처럼 카페에 있다가 나왔다. 서늘하게 바람이 불었다. 내일 낮은 다시 따스한 초여름일 것이다.


우매한 사회초년생은 쉽게 무거워지면서도 쉽게 가벼워지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마구마구 짐을 주워다가 안고 있다가도, 맑은 밤바람에 그 모든 걸 잠시 잊기도 한다.


특별히 고마운 글을 만났을 때는 밤바람이 지나간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위안을 얻는다. 고마운 사람과 보낸 시간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견딜 여유를 만들어 낸다.


이런 날의 기록도 행복 수집가의 일기가 될 수 있겠다. 일상에 찾아오는 반가운 순간들을 전부 행복이라고 불러보자. 우리가 더 자주 행복하고 또 금방 행복을 놓아버릴 수 있게.


깊이 사랑하는 이슬아 작가의 글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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