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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극이 끝난 후 May 20. 2018

예능의 미래? '날것'에 주목하라

콘텐츠의 끝은 다큐 아닐까요

무한도전 462회 <예능 총회> 특집.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는 예능인과 꿈나무가 나와 트렌드를 분석한다. 미래를 예측하던 도중 예능 대부 이경규가 이런 말을 던진다.

     

예능의 끝은 다큐야!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현재 대세는 관찰예능, 사람들은 ‘날것’에 반응한다. 무한도전-나 혼자 산다-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이어지는 MBC 인기 예능작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무한도전 초창기 고갱이는 ‘캐릭터’였다. 무모한 도전에서 무한도전으로 이어지는 과도기. 김태호PD가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기며 멤버들의 캐릭터 구축에 공을 들였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유반장, 호통, 악마의 아들, 치킨집 박사장, 벼멸구, 아버지, 식신, 키 작은 꼬마, 퀵마우스, 사기꾼, 어색한 뚱보, 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은갈치 양복, 녹슨 가방과 함께 추후 포텐 터졌다) 등등. 각자 스튜디오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핵심은 캐릭터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캐릭터를 통한 ‘관계’ 형성이 핵심이었다. 박명수가 호통을 치면 유재석이 말린다. 정준하가 식탐을 부리면 박명수가 비난한다. 정준하는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다소 삐진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형돈은 유재석을 거든다. 노홍철은 퀵마우스로 누구보다 빠르게 팩트폭격을 날린다. 하하는 “아악~!!!”, 키 작은 꼬마의 외마디 비명을 날린다. 여기서 하하의 외침은 시청자에게 웃음 포인트를 짚어주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캐릭터-관계 구축. 이 지점에서 시청자는 예능인들 ‘날것’의 관계를 포착하고 환호한다.          


최근 방영 중인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도 마찬가지다.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의 일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한혜진은 “음식은 요리가 아닌 조리”라는 명언을 남기며 성공한 탑모델의 엄격한 자기관리 면모를 드러냈다. 박나래는 나래바에서 야관문주를 소개했다. 친구들과 흥이 절정에 오른, 날것 그대로의 술자리였다. 게스트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조우종 아나운서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프리선언 후 일이 없어 다소 뻘줌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직장 퇴사 후 “이제 뭐 하지?”라며 고민하는,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던 주변 친구들의 모습과 겹쳤다.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얼마 전 논란이 있었지만, 이영자의 휴게소 먹방이 신드롬이었다. “안 계시면 오라이~”, <영자의 전성시대>로 인기를 끌던 이영자는 고속도로 골목골목마다 휴게소를 들리며 소떡소떡, 도리도리뱅뱅, 소고기국밥 같은 음식을 먹었다. “음식은 눈으로 한 번, 코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먹는다는 명언을 남기며 날것 그대로의 식사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는 생생한 먹방에 열광했고, 최근 이영자는 예능인 브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청자는 왜 날것에 반응하는가?

시청자도 다 알기 때문이다. TV에 나오는 작품은 연출된 것들이다. 연출된 작품을 받아들이는 시청자 입장에서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와 독보적인 캐릭터, 이를 통한 관계 구축은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우리네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며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동질감을 느낀다. 이영자의 생생한 먹방은 “ㄱㄱ? 우리도 먹자”라는 친구와의 카톡으로 이어지며 있는 그대로 시청자의 삶에 다가온다. 쉽게 말해 ‘날것’으로 TV와 시청자의 거리를 좁히고, 동시에 그들이 마치 우리 친구-가족-옆에 있는 연인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TV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라디오-TV-모바일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유통 경로에서 어떤 콘텐츠가 시청자의 선택을 받고 살아남을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며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1~10분짜리 콘텐츠가 수없이 범람하고 있다. TV를 기반으로 하던 예능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어쨌거나 리모컨이건 스마트폰이건 시청자의 클릭을 기다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성공작으로 입증된 한 가지 공통점은, 시청자는 날것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날것’의 미래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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