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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스티까 Jan 01. 2021

2021년, 해는 바뀌어도 계절은 같다.

변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들

바삭하게 말라버린 낙엽이 바닥에서 한참을 뒹굴다 보면 겨울이 온다. 어둑한 출퇴근길과 볼에 닿는 차가운 공기가 익숙해지는 겨울. 이 계절과 몇 주간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한 해의 마지막에 서있다.


반짝이는 조명으로 꾸며진 거리, 평소보다 조금 더 설레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 지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발걸음으로 기분 좋게 케이크를 들고 가는 퇴근길의 사람들 그리고 적당한 아쉬움이 묻어있는 이 계절이 주는 간질간질한 기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꺼이 시간을 보낸다. 아주 들뜬 얼굴을 하고서.


새해가 되면 말 그대로 모든 것들이 새로워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새해 목표나 결심도 세워보고 혹여나 굳이 새해를 위한 계획을 정하지 않더라도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왠지 모를 기대감과 새로운 에너지가 조금씩 피어오른다. 하지만 막상 새해의 첫날을 보내고 나면 특별함은 서서히 사그라들고 깨닫게 된다. 며칠 전과 거의 똑같은 추위와 바람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고 '작년'에 봤던 거리의 장식도 그대로이며 새해를 위해 휘리릭! 하고 변한 건 딱히 없다는 사실을.


어쩌면 새해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새해' 그 자체가 아니라 유한한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아닐까. 자정이 되어 마법처럼 아름답게 변해버리는 무언가가 아닌, 손 때 묻은 나의 취향, 우여곡절을 함께 겪고 나눈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익숙한 삶에 조금은 색다른 마음으로 서 있는 우리의 그 모습 속에서 새해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2021년, 해는 바뀌어도 계절은 같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을 온전히 그리고 찬찬히 느끼며 주어진 새해라는 시간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진부한 새해 다짐이라 할지라도 새롭게 뜨는 해를 앞에 두고 설렐 수 있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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