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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석 소장 Feb 17. 2020

[아빠 관점 육아]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우리 아이 밥 먹이는 게 전쟁처럼 느껴지는 아빠에게

아이를 위해 요리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은 부모에게 있어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마치 그 정성을 무시라도 하듯 밥그릇을 밀어내거나 숟가락을 입에 넣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힘 빠지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아이가 식사 시간에 부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누구나 육아를 하면서 일정한 시기에 한 번씩 겪어봤을 법한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습관은 부모의 관점에서 좀처럼 타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보다 먼저 '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진 출처 : pixabay]
아기 때는 주는 대로 잘 받아먹던 아이가 이제는 뭘 좀 먹어보라 하면 있는 힘껏 입을 틀어막고 도리질을 칠 정도로 음식을 심하게 거부합니다. 구슬려도 보고 협박도 해 보고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도무지 통하질 않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모는 아이가 몸에 좋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잘 먹게 하도록 항상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고민을 할 정도의 아빠라면 분명 그동안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들을 시도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땐 '어떻게 더' 해야 할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육아에 관한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흔히 하게 되는 실수다. 바로 끊임없이 '어떻게'에 집중하는 것.

'아이는 아직 뭘 잘 모른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책을 반드시 부모가 찾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계속된 노력에도 아이가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면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되거나 하고 급기야는 아이의 유별남을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 아이가 유별난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그 아이들이 모두 유별난 게 아니라면 과연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때로는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사진 출처 : pixabay]
1. 아이에게 필요한 음식의 양은 정해져 있다

"딱 한 숟가락만 더 먹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많은 부모는 아이의 식욕 부진이 아이의 건강을 약화하거나 영양 결핍을 일으킬 수 있음을 염려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가 한 번 더 입을 벌리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리고 좀처럼 설득이 안 될 때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가기 마련이다. 때로는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지금 누구 위해서 먹으라는 거야? 엄마 아빠 위해서 먹니?"

우리는 이럴 때 아이의 성장 발달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아가 발달해 자기만의 고집이 생기게 된다.', '독립성이 늘어나면서 일단 무조건 싫다고 하는 '싫어 병' 증상을 겪게 된다.'라는 식의 얘기들. 물론 그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식습관을 놓고 봤을 때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음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이의 마음이 아닌, 아이의 '뇌'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음식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아이 뇌의 '식욕 중추'라고 하는 부분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수준이 정상이고 잘 자라고 있는 만 1세에서 만 5세 사이 아이들의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정상이라고 한다. 어째서일까? 아기가 태어나면 첫해에 평균 15파운드(약 6.8kg) 정도의 체중이 늘게 된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니는 만 5세까지의 아이들은 보통 일 년에 4~5 파운드(약 1.8~2.6kg)밖에 늘지 않는다. 심지어 체중의 증가가 전혀 없이 3~4개월을 지나가는 때도 있다. 빠르게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더 적은 열량으로도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지만 마치 식욕이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이는 이미 자신의 성장과 에너지를 위해 필요한 충분한 양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관점에서는 '딱 한 숟가락만 더 먹자'라는 말이 아이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관점에서 볼 때도 역시 그렇게 느껴질까? 우리가 걱정하든 안 하든 아이의 뇌는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만약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먹을 것을 강요한다면 아이에게는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자칫 벌 받는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밥 먹는 시간은 아이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누며 그것을 통해 교육 효과까지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러니 아이가 밥 먹는 시간을 편안한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를 믿고 스스로 숟가락을 들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는 건 어떨까? 아이보다 아이의 뇌를 생각하자. 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먹이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은 먹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 출처 : pixabay]
2. 아이에게는 좀 더 부드러운 자극이 필요하다

"이것 좀 먹어봐, 맛있을 거야~"
"먹어보고 싫으면 뱉어도 되니까 일단 한 번만 먹어보자, 응?"

부모는 아이가 편식하지 않고 균형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게 하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아이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충분한 양의 음식을 먹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바로 이전에 아이가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먹이는 것이다.

"이거 잘 먹으면 이따가 아빠가 사탕 사줄게!"
"이런 거 먹고 싶어도 못 먹는 불쌍한 친구들도 많다는 거 알고 있지?"

아이에게 보상을 약속하거나, 죄책감을 유발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봐도 아이가 도무지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부모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왜 그러냐'는 질문에 아이는 좀처럼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안 먹는 거야?'라고 물어봐도 아이는 그저 '그냥 싫어'라고 합니다. 먹어봐야 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매번 먹어보지도 않고서 무조건 그냥 싫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한 번 아이의 관점에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아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면서 '왜 안 먹는 거야?'라고 묻고 있다면 그 상황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진정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궁금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아니면 뭔가를 잘못해서 추궁당하는 상황으로 느껴지는가? 만약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매번 심하게 거부한다면 그런 행동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부모가 알지 못하거나 보고 있지 못할 뿐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아이에게 '그냥 싫어'라는 건 없다.

이럴 땐 아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는 것보다 혼자 상황을 읽듯이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아이가 스스로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이용한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 수아는 이게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아빠는 어렸을 때 이거 많이 먹어서 키 엄청나게 컸는데.


그러고 나서 그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자. 그럼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아빠처럼 키가 커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이후부터는 스스로 음식을 집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를 향한 믿음의 정도에 따라 육아의 난이도가 결정된다 [사진 출처 : pixabay]
3.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아이는 아직 그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으므로 그 음식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대신 부모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나중에 뱉을지언정 일단 먹어보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아이가 무슨 말을 해도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건, 아이가 부모의 말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 애착이 온전히 형성되어 있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캠핑을 하러 가게 되면 운전하는 것부터 텐트 치고 요리하는 것까지, 대부분의 힘든 일은 제가 도맡아 하는 편입니다. 평소에는 일 때문에 같이 잘 놀아주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그런 활동을 많이 하면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려고 나름 노력하는 편이죠."

간혹 상담을 나누다 보면 스스로 아이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고 말하는 아빠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바로 그런 생각이 아빠와 아이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절대량으로 애착 형성의 정도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아이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식의 일방적인 흑기사 노릇은 큰 의미가 없다.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무언가를 성취하는 즐거움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니 혼자 텐트를 치고 있을 때면 아이가 항상 '같이 하면 안 돼?'라고 묻던 것이 기억나네요. 아직 어리고 딸이니까 위험할 수도 있고, 거든다고 해봤자 당연히 도움이 안 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빠가 할 테니까 넌 저리 가서 놀고 있어'라며 아이를 밀어내곤 했었는데……, 아이는 자기를 일부러 떼어 놓는다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네요."

아이는 언제나 말속에 메시지를 담아 부모에게 던진다. 아이가 '같이 하면 안 돼?'라고 물었다는 것은 '지금 아빠가 필요해요!'라는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어떤 말을 하건 그 말을 그저 '곧 지나갈 어린아이의 투정이려니'라며 흘려듣지 말자. 항상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메시지가 들리고 그때 비로소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아이는 단지 식탁 앞에 앉아 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늘 부모를 본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과 얼마나 가까운 사람인지를 느낀다. 만약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심하게 불안해하며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이가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한 번쯤 달리 생각해보자. 혹시 음식에 대한 것보다 그것을 괜찮다고 말해주는 부모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아이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멋진 아빠라면, 우선 우리 자신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지금 아빠의 모습은 미래 아이의 모습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날을 위해, 아빠들 파이팅!!!

놀자! 육아 연구소 신우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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