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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이너 Jan 07. 2024

1인 노마드 변호사에서 아예 재택근무 로펌을 만들기까지

내가 굳이 재택근무 로펌을 만들게 된 이유

<좌충우돌 로펌개업기>






노마드 변호사를 향한 꿈 


재택근무, 디지털 노마드 변호사에 대한 꿈은 예전에 혼자 개업을 했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꿈이다. 예전에 쓴 아래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변호사 시험을 마친 후 바로 떠난 남미 여행에서 노마딩 중이었던 미국인 회계사 친구를 만난 이후로 비슷한 전문직인 "변호사도 재택근무가 가능할까?"란 호기심을 내내 품고 있었다. 



여행을 원최 좋아하기도 하고 굳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일할 장소를 정할 주도권을 내가 갖는 느낌이 좋게 느껴졌다. 집에서 일하든, 카페에 가서 일하든, 내 퍼포먼스를 보장할 수 있다면. 소속변호사로 일하던 로펌에서도 내가 퇴사할 때쯤 한달에 몇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는데(눈치 보여서 거의 쓰진 못했지만) 실제로 재택근무를 처음 체험해보기도 했다.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해야 했었는데 클라우드 시스템에 디지털 자료로 저장돼 있어 조용한 카페에서 일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오히려 집중이 잘 됐었던 것 같다. 


재택근무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동기들에게 '재택근무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는데 내 개인적 기호 뿐만 아니라 실은 더 큰 대의적 명분이 있기도 하다. 나는 사실 재택근무가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구원 투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체 국토 중 작은 부분인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나머지 국토의 인구보다 많다고 한다. 이러한 도시 과밀, 편중과 농촌 공동화 문제는 도시의 집값 폭등, 부동산 투기, 빈익빈 부익부 심화, 한편 농촌의 인프라 부족, 치안 문제 등 다른 여러 문제들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해본다고 정부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거나 청년들을 지방으로 보내는 사업을 한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핵심은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한적한 곳에 살고 싶더라도 도시로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도시에 회사들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택근무는 도시에 있는 회사에서 '일자리'는 얻되 일을 할 '자리'를 자신이 사는 다른 곳에 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굳이 집값 비싸고 복잡한 도시에 살기 보다는 조금더 한적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도 생기게 될 것이다.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에 의하면 IT 기업이 많은 실리코밸리에서도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를 광범위하게 실시했더니 자연환경이 좋고 한적한 다른 캘리포니아 지방으로 사람들이 떠나 도심이 공동화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도 한다. 


할 말이 많지만.. 여튼 나는 재택근무가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 혼자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생긴 이후에도 아예 구성원들이 각자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형 로펌"을 만드는 똘기?를 발휘했다. 나 혼자 노마드 변호사가 아니라 아예 재택근무형 로펌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재택근무는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조사 결과마다 다르고 내 생각에는 '재택근무 -> 생산성 저하' 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해보니 '재택근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여건과 도구의 부재, 비대면을 보완할 대면 접촉의 부재'가 그 요인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만난 멋진 노마드 회계사 친구!(이름은 기억 안남..) 같이 세비체를 먹고 헤어졌다. 


아예 재택근무 로펌을 만들다!


노브랜드 버거의 Why pay more? It's good enough 란 광고문구를 보고 참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재택근무 역시 마찬가지로 good enough 하다!


우리는 전 구성원들이 고정된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각자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말은 '재택근무로 업무나 소통이 잘 돼?'란 질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재택근무를 실제로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거나 그에 대한 기술적 도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차피 나도 로펌에 다닐 때 각자 방에서 독립적으로 알아서 일을 했지, 점심먹을 때 빼고는 동료들과 모일 일이 거의 없었다.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회의를 할 때도 있었지만 아주 잠시일 뿐이고 바쁜 경우에는 전화나 메일, 메신져로 대신하기도 했다. 어차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자기 스케줄에 따라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법률사무소의 업무 또한 재택근무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대기업들도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 웍스라는 업무툴과 그 외로도 구글시트, 줌회의 등 시스템을 이용한다. 


- 간단한 업무 지시나 보고는 네이버웍스 문자로

- 좀더 대화가 필요하면 전화나 줌회의로 

- 네이버웍스 캘린더나 할일 목록을 통해 서로 스케줄과 현재 진행 중인 업무(와 제일 중요한 데드라인) 공유 

- 구글시트로 사건 현황을 공유하며 사건자료를 모두 디지털화 하여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공유한다. 


즉, 이런 기술 덕분에 재택근무로도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이 가능하다. 이렇게 재택근무형 로펌을 시행하면서 사실 다른 어느 로펌보다도 더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하긴 하버드 비즈니스리뷰를 보니 1300명이 넘는 gitlab이란 회사도 재택근무를 잘만 한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구성원들과 대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두달에 한번씩은 만나 전체 회의 겸 회식을 하며 유대를 다지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데 이러한 얘기는 당연히 오프라인만의 장점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올해초에는 우리만의 사무실을 얻어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원하는 구성원들은 나와서 자유롭게 일하고 또 회의할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 



13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재택근무로 돌아간다는 Gitlab이란 회사의 하버드비즈니즈리뷰 글 ↓

https://hbr.org/podcast/2022/09/advice-from-the-ceo-of-an-all-remote-company


작년 호주로 워케이션 갔을 때


'3세대 로펌'으로의 포부 


개인적으로 세상의 발전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법조계도 어떻게 나아갈지, 나아가야 하는지 힌트가 보이게 되고 이제 3세대 로펌이 탄생하게 되는 과도기라고 보고 있다. 


내 기준에서는 '1세대 로펌'은 서울 주요지 큰 빌딩에 위치한 전통적인 대형로펌이다. 막강한 규모와 권위로 승승장구 하지만 위치적 한계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에 본사가 위치한 기업들 외에 지방에 거주한 개인고객들까지는 아우를 수 없다(어차피 대형로펌의 타겟도 아니다). 이를 극복한 것이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지방에 지사들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소위 네트워크 로펌이며 이것이 '2세대 로펌'의 형태라 생각된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공간을 확장했기 때문에 지방 개인고객들까지 유치하기 쉬운 장점이 있고 다만 여느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시스템과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나의 브랜드로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이 바로 '3세대 로펌'이다. '3세대 로펌'은 애초에 재택근무를 통해 변호사들이 사는 곳이 곧 일하는 곳이 되기 때문에 전국에 변호사들이 존재하며 지사를 세울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확장한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변호사들까지 생긴다면 그야말로 시간적인 제약도 극복하게 된다. 이렇게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곳곳에 존재하면서도 엄격한 시스템과 매뉴얼에 의해 퀄리티를 보장하고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럼으로써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신뢰를 얻는다. 그것이 내가 아니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자 비전이고, 앞으로의 법조계 미래가 그러한 방향으로 바뀌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뉴로이어'가 그러한 흐름을 선도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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